여성과 탄수화물

아직 곡물을 재배하지 않던 시절, 주로 멧돼지 같은 짐승을 사냥하거나 물고기를 잡아 식재료를 얻던 시절에는 과일이나 나무 열매, 뿌리줄기 식물에 많이 함유된 당질은 특정 계절에만 얻을 수 있는, 아주 가끔 먹는 영양소였습니다. 인체는 당질을 섭취하면 지방으로 축적하려는 기능이 있습니다.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입니다.
 
지방 축적은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체지방은 굶주림에 맞서는 유일한 안전 대책이었습니다. 축적한 피하지방의 양에 따라 굶주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었습니다. 당질이 많은 식재료를 더욱 많이 먹어서 더 많은 피하지방을 축적하기를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많은 당질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신체 기능은 기본적으로 먼 옛날과 다름없고, 본능 또한 변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많은 양의 당질을 먹게 되면서 자신의 신체 기능이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당질과다에 빠져 생활습관병을 얻은 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오늘날처럼 당질이 풍부한 시대를 살아가며 당질과다에 빠지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많은 양의 당질을 원하는 현상은 인간의 본능상 당연한 일입니다. 인류에게 여성의 지방량은 생존을 결정짓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인 여성은 많은 양의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두 달 동안 물만 마셔도 어머니와 뱃속의 아이가 다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며 오늘까지 인류를 존속시켜 온 커다란 장점입니다

 

오늘날의 여성도 더 많은 당질을 섭취해 피하지방을 축적하려는 본능이 있으며, 인간의 본능상 당연한 것입니다. 탄수화물 의존증은 여성이 확연히 많습니다. 여성들이 단 음식과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혈당치가 높아지면 베타엔도르핀이라는 쾌락 유발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질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당질은 몸에 해롭다고 이야기한들 쉽게 당질을 줄이지 못하는 점도 수긍이 갑니다. 물론 남성도 당질을 섭취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니 당질과다 섭취의 위험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당질 섭취 욕구는 인류의 본능이지만 당질과다는 우리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단 음식을 먹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주면서, 당질과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혈당치가 오르지 않는 간식을  고르거나 나한과 성분의 감미료를 사용하는 등 본능과 타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인 백미밥을 아미노라이스로 대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부 한모를 30분 정도 누름판으로 눌러서 물기를 충분히 뺀 다음  체에 걸러 점성이 있는 입자로 만듭니다. 쌀대신 아미노라이스에 구운 고기를 올리면 덮밥이 되고, 연어를 넣어 볶으면 볶음밥이 됩니다. 식감은 밥과 조금 다르지만 포만감을 주며 좋아하는 소스를 잘 선택하면 훌륭한 요리가 됩니다.

 

 

※ 엔도르핀(Endorphin)은 내인성 모르핀(endogenous morphine)의 약자입니다. '몸안에서 생기는 모르핀'이라는 뜻인데, 실제 효과는 모르핀의 약 800배라고 합니다. α-엔도르핀, β-엔도르핀, γ-엔도르핀 세 가지가 있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엔도르핀은 베타엔도르핀을 의미합니다.

 

베타엔도르핀은 우리 몸이 신체적인 아픔이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 기억력·인내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입니다. 베타엔도르핀은 운동을 하면 5배 이상 증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 집중, 의욕, 즐거운 일을 할 때 분비된다고 합니다.

 

 

 

 

에베 코지의 《내 몸에 독이 되는 탄수화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