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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찌는가

왜 살 찔까? 벤저민 빅먼의 《왜 아플까》에서

by belly fat 2024. 6. 7.


신체가 먹고 저장하는 연료를 이용해 근육을 더 만들지, 뼈를 성장시킬지, 지방을 더 만들지, 열로 방출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호르몬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호르몬만 수천가지지만 인슐린만큼 강력하게 지방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없다. 비만이 되기 이전에 고농도의 혈중 인슐린이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이 증가하면 체지방도 증가한다. 사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동일해도 인슐린의 양이 늘어나면 체지방은 증가한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생성돼 혈액을 통해 이동하면서 신체의 여러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혈중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섭취하면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고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이 뇌, 심장, 근육, 지방 등의 다양한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열쇠역할을 한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체의 모든 조직,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간세포에 작용하면 간세포는 무엇보다 지방을 합성하고 근육세포에 작용하면 근육세포는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한다. 인슐린은 모든 세포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조절하고, 세포의 크기를 바꾸고, 다른 호르몬의 생성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는 세포의 생과 사를 결정한다.

전당뇨라고 일컬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세포에 인슐린 내성이 생겨 인슐린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정상보다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전보다 인슐린 수치가 높고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인슐린 저항성은 뇌, 심장, 혈관, 생식기관 등의 문제를 비롯해 많은 만성질환에 관여한다.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 치매, 파킨슨병등 뇌와 신경질환, 암, 신장병, 비만 등 여러 가지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과다한 체지방이 인슐린저항성으로 이어지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지방세포가 지방을 저장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는 증식(hyperplasia)과 지방세포의 크기를 늘리는 비대(hypertrophy)이다

크기를 늘려 비대해진 지방세포는 작은 지방세포보다 크기에 비해 인슐린수용체가 적다. 그러므로 충분한 인슐린 자극을 받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지방 분해를 막는 인슐린의 작용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지방분해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지방세포가 비대해져 최대부피에 이르면 인슐린의 성장 신호에 저항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 그러나 증식으로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면 성장을 제한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인슐린 민감성이 유지된다. 중요한 것은 한계 이상으로 성장한 인슐린 저항성 지방세포는 지방을 새어 나가게 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큰 크기 때문에 염증을 일으키고 염증성 단백질을 혈액으로 방류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체가 지방과 염증이 혼합된 유독한 물질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들여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고 크기가 커지는 이유는 뭘까. 비대를 촉진하는 두 가지의 지방분자가 건강한 방식으로 지방을 저장하는 지방세포의 능력을 손상시키는 데 있다. 지방세포를 비대하게 만드는 첫 번째 지방분자는 4-히드록시노네날(4-HNE)이다. 다가불포화 지방산(오메가 6 지방과 같은)과 활성산소분자(혹은 산화스트레스)의 조합에 의해 생성된다. 이 지방의 독특한 구조와 그런 결합의 위치 때문에 오메가 6 지방은 아주 쉽게 산화된다. 중요한 것은 리놀레산(오메가 6 지방)이 우리의 식이에서 가장 흔히 소비되는 지방으로 모든 가공식품과 포장식품의 주된 성분이라는 점이다. 리놀레산은 우리가 지방세포에 저장하는 지방에서 거의 1/4이나 되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세라미드 1인산(CIP)이다. CIP는 염증의 결과로 추정된다. 대사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수의 작은 지방세포가 적은 수의 큰 지방세포보다 낫다. 적은 수의 큰 지방세포는 염증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까지 새어나가게 만든다. 지방세포가 계속해서 이런 유해한 성분들을 혈액으로 뿜어내면, 지방세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간과 근육을 비롯한 조직들이 희생을 당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 근육은 운동하는 동안과 그 직후에 인슐린 없이도 혈액으로부터 포도당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혈중 인슐린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단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슐린 저항성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해법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와 언제 먹느냐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다 = 혈당이 떨어진다= 혈중 인슐린이 떨어진다=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된다. 우리의 음식에서 탄수화물은 폭발적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탄수화물의 종류와 섭취한 사람의 인슐린 민감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배 정도 증가한다. 단백질은 약한 분비를 유발하며 지방은 인슐린 분비를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탄수화물 특히 정제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정제되지 않은 단백질과 지방을 늘리는 식이가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방법일 것이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적게 섭취하는 식이를 케톤식이라 한다. 18~24시간 단식이나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이를 하면 신체는 포도당대사에서 지방대사로 에너지 공급원을 바꾸는데 이때 간이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케톤(ketone)이 생성된다. 우리 몸은 케톤을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소변이나 호흡을 통해 배출될수도 있다. 이것은 잉여칼로리를 배출하는 결과가 되며 각 케톤분자는 4칼로리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식이보다 탄수화물을 식이지방으로 대체하여 저탄수식이를 하면 케톤수치가 약 10배 정도 높아진다. 또한 혈액산성도에 대한 어떤 영향도 없이 케톤이 정상이상으로 상승하는 상태를 케토시스(ketosis)라 하는데 케토시스상태에서는 대사율이 하루 약 100~300칼로리 높아진다.

 

간헐적 단식 혹은 시간제한 식이요법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장기간으로 볼때 한 달에 한번  24시간 단식을 하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가능성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 짧은 시간 내에서는 매일 적은 양을 여러 번 먹는 것보다, 많은 양을 적은 횟수로 먹는 것이 더 큰 개선 효과를 낸다. 하루에 먹는 끼니의 수를 줄이는 것이 끼니 사이에 포도당과 인슐린이 정상인 시간이 길어져 인슐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하루에 두 끼나 한 끼만 먹는 시간제한 식이도 인슐린 저항성이 놀라울 정도로 개선된다.

우리 몸은 공복시 오전 5시 30분 정도면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약 2시간 내에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같은 이른 아침의 약한 인슐린 저항성을 '여명현상(새벽현상)'이라고 부른다. 신체가 아침에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인슐린의 작용에 반하는 호르몬들 때문이다. 카테콜아민, 성장호르몬 특히 코르티솔처럼 수면주기의 마지막에 최고조가 되는 호르몬들은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이런 작용으로 인해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음식으로 바꾸어 얘기하면 같은 토스트를 먹더라도 저녁보다 아침에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슐린을 폭발하게 하는 음식을 아침에 먹으면 저녁보다 우리 몸에 더 많은 지방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예방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 인슐린을 낮추는데 좋은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서 비만을 비롯해 수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