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관심의 대상이던 위고비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위고비는 당뇨 치료제이고 오젬픽은 비만 치료제로, 서로 다른 용도로 출시되었지만 사실은 동일한 성분의 약이다. 바로 세마글루티드라는 성분이다. 또한 오젬픽, 위고비보다 더 강력한 효과로 체중 감량약의 킹콩으로 불리는 약 마운자로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마운자로에 든 약 성분의 이름은 티제파티드이다. 68주 동안 세마글루티드를 사용할 때 체중 17.4% 줄어든다면 티제파티드는 72주 동안 22.5%가 줄어들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
세마글루티드나 티제파티드 출시 이전에 사용하던 약 중에서 제일 효과적인 조합이었던 펜트민/토피라메이트가 겨우 6~9% 감량 효과가 있는 것에 비하면 감량 효과가 몹시 강력하다.
대체 이들 새로운 다이어트 약은 어떤 식으로 작용하길래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내는 걸까?
세마글루티드와 같은 다이어트 신약은 작용 방식 면에서 기존의 식욕 억제제와 다르다. 중추신경계에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기존 약물과 달리, GLP-1(Glucagon-like Peptide 1) 수용체 작용제는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 GLP-1을 흉내 낸 약물이다. GLP-1 수용체가 자극되면 위에서 장으로 음식이 더 느리게 이동한다. 음식이 위에 더 오래 머무는 만큼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고 영양분이 서서히 흡수되므로 혈당치도 덜 요동친다. 이에 더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고 인슐린의 반대 작용을 하는 글루카곤의 분비는 줄어든다. 뇌에서는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되고 식욕이 줄어들어 적게 먹어도 배부른 상태를 유지하기 쉬워진다.
이로 인해 세마글루티드(오젬픽, 위고비), 2018년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리라글루티드(삭센다)와 같은 약을 사용하면 소식하게 되고 체중이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 신약은 기존 식욕 억제제와 달리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지 않으므로 오남용 가능성이 적고 심장질환이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 또한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식욕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위고비도 부작용이 많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 사용 금지 대상은 ▲갑상선암(갑상선수질암) 과거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을 시 ▲설사·구토·변비 등 위장관운동장애가 심할 경우 ▲임신 및 수유 여성 ▲췌장염 과거력이 있는 자 ▲신장 이상자 등으로 광범위하다.
또 ▲당뇨병성 망막증 ▲우울 및 자살 충동 가능성 ▲급성 췌장염 ▲담석 및 담낭염 ▲저혈당 ▲탈모 ▲신장질환 악화 ▲골절 위험 증가 ▲당뇨병성 망막증 합병증 발병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도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출시되는 위고비가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0.25㎎ ▲0.5㎎ ▲1.0㎎ ▲1.7㎎ ▲2.4㎎ 등 5가지 용량으로 출시되는 이유도 앞선 부작용 감소를 위해서다. 피부 바로 아래 놓는 피하주사로 주로 복부, 허벅지 등에 주 1회 투약하며, 주 1회 0.25㎎을 시작으로, 총 16주 동안 주 1회 2.4㎎까지 용량을 늘려 투약이 이뤄진다. 또한 높은 체중 감량률만큼 근육 손실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주의해야 한다. 다수 연구에서 체중 감량 시 지나치게 근육량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육 손실이 30% 이상 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서 이른바 요요현상으로 불리는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려면 감소한 식사량을 유지하면서 운동과 생활습관, 관련 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른 체중 감량 보조제와 마찬가지로 세마글루티드(위고비) 역시 약을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연구에서 위고비를 통한 체중 감소 폭이 클수록 재증가 폭은 작지만,반대로 체중이 적게 빠졌을 때, 약을 끊으면 원래 체중 이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체중 유지를 위해 약을 평생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직 이 약을 체중 감량용도로 장기간 사용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당뇨병 치료약으로서 사용할 때 용량은 1mg인데 반해 체중 감량 용도로는 2.4 mg으로 더 많은 양을 사용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단순한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비만 치료제라고 강조한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 30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등 관련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이다.
약값도 비싼 편이다. 펜 주사기 1개당 공급가는 37만 2천25원.그렇지만 위고비가 비급여 주사제인 만큼 병의원별로 실제 가격은 5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도 책정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는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 그러다 보니 언제 약값이 내릴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 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에 합성의약품처럼 제네릭(카피약)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내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만들 수는 있다. 마운 자로의 특허는 2026년에, 오젬픽 특허는 2031년에 만료된다. 대체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어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이들 약품의 가격이 낮아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세마글루티드(위고비)가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지만 이보다 더 센 약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존의 약에 비하면 체중 감량 효과가 거의 세 배에 이른다.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이 이 약을 72주 사용할 경우 22.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티제파티드(마운자로)는 당뇨병 치료제로만 승인된 약이고 체중 감량 용도로는 승인되지 않았다.
정재훈의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김양균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내달 국내 출시>, angel@zdnet.co.k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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