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대체로 인간이라는 기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걸 방해한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으로 추정되며 첫 생명체의 흔적은 약 35억 년 전에 발견되었다. 우선 15억 년 전 식물, 동물, 곰팡이(균류)의 분열에 초점을 맞추면 이 세 가지 주요 생명체 계열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활발한 생명 활동을 벌였다. 각 생명체 계열은 나름의 방식으로 환경에서 영양분을 얻고 에너지로 전환하여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며 진화했다.
위 생명체 집합을 자동차에 대입해서 각각 테슬라, 페라리, 포르셰라고 해보자. 테슬라의 부품을 페라리나 포르셰에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식물 분자는 마치 우리와는 다른 운영체제의 프로그램과 같다. 인간의 운영 체제에서 식물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려 한다면 컴퓨터가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것이다. 식물은 자기의 내부작용을 위해 분자를 진화시켰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식물 분자가 인간의 생화학과 대사에 주는 특별한 효과는 없다. 소위 항산화제라고 불리는 식물이 만든 물질은 우리 몸에서 직접적으로 항산화 기능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산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인체는 글루타티온 같은 고유한 항산화 물질을 생성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우리 몸은 스스로 산화-환원 균형을 잘 관리한다. 식물에서 발생한 항산화제 분자를 섭취해도 인간의 항산화 상태를 개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된 연구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동물성 식품을 먹는 건 동일한 운영체제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과 같다. 식물이나 균류와 비교해 동물의 생화학과 대사는 인간과 훨씬 흡사하다. 식물과 곰팡이류에 내재한 외래 분자 프로그램이 인간의 생리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식물에서 나오는 모든 비타민과 미네랄은 생체 이용률이 낮은 형태라 생물학적 가용성 또한 떨어진다. 반면 동물은 인간과 유사하여 영양분의 호환성이 높다.
폴 살라디노 박사는 살을 빼고 건강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이 최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 생체 활용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함유하면서, ⓒ 독소는 제일 적은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라고 정리한다. 건강에 필요한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의 모든 기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인체의 정상적인 생화학반응을 방해하거나 염증,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식은 동물성 식품이며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많은 독소를 가지고 있으며 생체 이용률, 영양가도 떨어지는 식물성 식품은 차선책이다라고 한다.
산화와 환원은 각각 전자가 분자를 잃고, 얻는다는 의미다.
분자가 산화되면 그 분자는 전자를 잃는데, 동시에 다른 분자는 전자를 얻으며 환원된다.
활성산소는 짝이 없는 전자를 지닌 분자로 성질이 제멋대로라는 특징이 있다. 반응성이 매우 높으며 단백질, 지질, 핵산에서 전자를 훔치길 무척 좋아해 분자를 산화시킨다. 활성산소는 인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전적으로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과잉 생성되면 미세하게 이루어지는 산화-환원 균형을 깨뜨리고 세포 손상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산화-환원 균형을 관리하는 뛰어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이 시스템에 필요한 영양분을 적절히 공급하면 대체로 잘 작동한다. 아연, 구리, 셀레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산화-환원 시스템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도우며, 글리신, 시스테인, 글루타민 같은 아미노산은 우리 몸을 지키는 중요한 항산화부대인 글루타티온을 생성한다.
이러한 영양분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음식은 당연히 동물성 식품이다. 동물성 식품은 우리 몸의 생화학작용에 필요한 가장 풍부한 집합이자 생체 이용률이 높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한다. 산화-환원 균형을 최적화하여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식물 분자를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우리 선조들이 수백만 년 동안 택했던 영양이 풍부한 동물성 식품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옳았던 게 아닐까?
곤충과 동물이 우적우적 씹어 먹더라도 식물은 도망치거나, 물거나, 말로 위협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여러 가지 물리적·화학적 방어 기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숲에서 놀다가 가시덤불에 걸린 적이 있는가. 아파서 비명을 질러댔을 것이다. 식물의 물리적 방어기제는 익히 알고 있겠지만 분자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지한데 화학적 '스파이크' 역시 가시덤불처럼 우리를 아프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식물성 영양소인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 nutrients)는 실은 식물이 곤충·동물·곰팡이가 아침 식사로 자신을 먹는 걸 저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식물의 무기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수 십만 개의 화학물질은 우리 몸을 파괴할 수 있다. 이 독성 화합물은 몇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먼저 곤충·동물·곰팡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식물이 생성하는 피토알렉신부터 살펴보자.
건강에 좋다는 글루코시놀레이트와 여러 종류의 폴리페놀이 피토알렉신에 속한다. 글루코시놀레이트란 명칭이 생소한데 브로콜리의 설포라판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또한 가장 유명한 폴리페놀은 레스베라트롤과 커큐민인데 광고에 의하면 이 두 물질을 섭취하면 염증이 깡그리 사라지고 심지어 날개가(?!) 돋을 수도 있다고 한다. 폴리페놀에 대한 신화를 깨고 우리 몸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피토알렉신은 글리포세이트처럼 인간이 식물에 뿌리는 살충제가 아니라,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내는 살충제다. 미국 생화학자 브루스 엠스는 인간이 섭취하는 살충제 가운데 식물에 뿌려진 살충제는 0.1%에 불과하며 99.99%는 식물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글리포세이트 및 다른 합성 살충제도 몸에 좋지 않으나 식물이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살충제 섭취량에 비하면 양이 미미하다. 양배추 같은 식품에도 최소한 42개의 살충제 화합물이 있다. 많은 식물 화합물이 인간과 동물의 DNA를 손상한다고 밝혀졌는데 이 과정을 염색체 이상 유발(clastogenesis)이라고 한다. 마켓에 있는 거의 모든 과일과 채소에 설치류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하는 자연발생적인 식물 살충제가 있다고 추정된다.
난해한 화학명이 많이 나오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브로콜리를 비롯해 우리에게 마법 같은 힘을 지닌 특별한 채소로 알려진 양배추, 미나리, 청경채, 케일, 고추냉이, 겨자, 콜라비,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 채소에는 효소인 미로시나아제에 활성화되면 이소티오시안산염 및 관련 화합물로 전환되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황 함유 화합물이 있다.
설포라판 화합물은 글루코시놀레이트 분자인 글루코라파닌에서 유래하는 이소티오시안산염의 일종이다. 효소인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을 활성화하면 마법의 물질 설포라판이 형성된다. 효소인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에 작용해 생긴 최종 결과물이 설포라판인 건 맞으나 사실 설포라판은 식물이 공격받거나 포식 곤충이나 동물에 조각조각 씹힐 때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작당해 생성된다. 일반적인 싱싱한 상태의 브로콜리에는 설포라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포라판은 싱싱한 브로콜리에는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성이 강하며, 산화를 촉진하는 성질이 너무 강해 브로콜리 자체를 손상할 수 있다.
식물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대항하는 느린 방식과 빠른 방식 두 가지 독성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빠른 손상 메커니즘에서 식물 독소는 악성 산화 촉진 물질로 작용하며 세포막, 단백질, DNA의 섬세한 지질을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DNA 손상은 거의 모든 유형의 암에서 주요한 사전 징후로 여겨지며 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더 무서운 소식은 설포라판이 브로콜리에 포함된 열일곱 가지 이소티오시안산염 화합물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양배추에는 공식적으로 42가지의 식물 독소가 존재한다. 설포라판과 그 화합물 계열이 산화 촉진제로 작용해 DNA, 막, 단백질을 손상하는 자유 래디컬을 생성하는 건 십자화과 식물이 동물에게 대항하는 빠른 방법일 뿐이다.
갑상샘이 커지는 질병인 갑상샘종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의 고이트로젠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칭을 십자화과 식물에 안겨준 느린 기전도 있다. 요오드 결핍 때문에 목이 심하게 비대해진 환부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이 부족하거나 카사바나 십자화과 식물 같은 고이트로젠이 함유된 식품을 불가피하게 먹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우리 몸은 설포라판이 독소라는 점을 알며 원치 않기 때문에 십자화과 채소를 먹을 때 흡수된 일부 설포라판은 즉각 해독된다. 분해되지 않은 나머지는 혈류를 따라 순환하며 갑상샘에 흡수되기 위해 요오드와 경쟁하는데 갑상샘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미네랄인 요오드를 얻는 것을 방해한다. 지금도 브로콜리와 케일을 넣어 만든 스무디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 폴리페놀 예를 들어 녹차의 카테킨도 갑상샘 기능을 방해한다.
카사바의 모든 부분에는 시안화 글리코사이드라는 리나마린 분자가 있는데 특히 뿌리에 집중되어 있다. 시안화 글리코사이드 화합물은 복숭아, 살구, 자두 같은 핵과 과일의 씨앗에도 함유되어 있으며 독성이 매우 높다. 리나마린 자체는 독소가 아니지만 효소인 리나마라제와 결합해 시안화수소산으로 분해된다. 청산가리의 청산이 바로 시안화수소산이며 그 이름처럼 아주 유독하다. 시안화수소산을 먹으면 시한안화물 즉 청산가리로 빠르게 분해되는데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 생산을 중단시킨다. 진짜 특수요원들이 쓰는 무기이며 적은 양으로도 재빠르게 무덤으로 보낼 수 있다. 핵과 과일의 씨앗 같은 다른 식품 속 시안화 글리코사이드도 시안화물로 분해될 수 있으며 과다 섭취해 일어난 중독 사례도 있다. 카사바는 3일간 발효하거나 갈아서 햇볕에 말려서 먹어야 하며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면 대부분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하지만 카사바에는 브라시카과 채소에 든 이소티오시안산염도 존재한다.
브로콜리와 그 친척들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근거가 이렇게나 많은 데도 왜 십자화과 채소의 장점이 부풀려져 누군가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음 포스트에서 브로콜리의 암예방 물질로서 잠재력과 항산화 기능을 주장하는 연구들과 폴리페놀을 살펴봄으로써 식물성 독소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폐해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폴 살라디노의 《최강의 다이어트 카니보어 코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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