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는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하지만 또한 모든 병은 바로 그 장에서 막을 수 있다.
호르메시스는 작은 스트레스에 대해서 유기체가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적당량의 스트레스 요인은 오히려 생존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호르메시스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은 열, 추위, 칼로리 제한, 자외선, 독소와 같은 환경적인 스트레스 요인 등 다양하다.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 같은 호르메시스 자극 요인의 활용은
건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지만 특히 비만에 큰 효과가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정도에서 알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는 만족할 만큼 충분히 식사를 하는데도 몸은 우리가 단식하거나 칼로리를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속일 방법이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법이 건강과 비만에 왜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자.
▶ 우선 칼로리를 제한하면 박테리아의 성장과 번식이 급격히 감소한다. 먹이를 적게 주니 새끼를 적게 낳는 것이다. 그만큼 LPS도 적어진다. 적게 먹을 때 생기는 두 번째 이득은 렉틴이 든 음식을 그만큼 적게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 덕분에 창자벽을 통과하는 박테리아와 LPS, 렉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서 자연스럽게 염증이 줄어든다.
또한 칼로리 제한은 내장 기관에 자가포식 현상을 자극해 창자벽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존의 박테리아 중 가장 강하고 건강한 박테리아만 남겨서 창자벽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게 한다. 장내 유익균은 위험 요소가 있다고 느끼면 감염과 종양 심지어 죽음에도 대항하는 반응을 시작한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창자벽을 이루는 세포는 점액을 생성한다. 그 점액질 창자벽에는 창자벽의 점액을 먹고사는 아크만시아 뮤시니필라라는 박테리아군이 산다. 점액을 좋아한다라는 뜻의 이 박테리아는 우리가 칼로리를 제한해도 창자벽의 점액이 있어서 절대 굶어 죽을 일이 없다. 렉틴과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려면 우리도 그 점액이 필요한데 그것을 박테리아들이 모두 먹고 있다니.
아크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점액을 먹을 때 점액을 더 많이 생성하라고 장 세포에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이들이 점액의 일부를 먹고 있지만 실제로는 점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점액이 많아질수록 침입자를 막아주는 벽이 더 두꺼워진다. 칼로리 제한이 창자벽의 상태를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크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침입자들이 침투할 수 없게 창자벽을 튼튼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이 박테리아를 투여 받은 쥐들에게서 염증과 심장병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뮤시니필라 박테리아가 풍부할수록 비만, 당뇨, 염증 발병률도 줄어든다. 실제로 당뇨병 치료약인 메트포르민은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바꿈으로써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세균이 우리가 나이 들수록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되도록 우리 몸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위해 좋은 보이차가 있다. 뮤시니필라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이런 음식을 먹고 주기적으로 칼로리 제한을 실천하거나 혹은 실천하는 것처럼 흉내 내면 창자 벽을 튼튼하게 해 줄 박테리아가 급격히 증가한다.
▶ 또한 우리가 칼로리를 제한하면 세포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해 거기에 대응한다. 즉 세포 분열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가진다. 따라서 세포 분열 없이도 세포 안에서 분열하고 증식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미토콘드리아가 많을수록 에너지가 많아지고 세포도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포는 음식 공급이 부족해진다고 느끼면 사실상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려서 미토콘드리아로 꽉 찬 엔진으로 전환하게 되므로 적은 음식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는 미분화세포 실제로 체내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노화조직을 재생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이미 풍부하게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지방이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원심분리기에 돌려 다시 환자의 몸으로 주입하는 수술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줄기세포를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줄기세포는 재생능력을 잃어 간다. 활성화할 스위치를 켜야 한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는 그 스위치를 켜서 우리 몸 전체에 있는 줄기세포를 모집하고 재생한다.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인체 내에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줄기세포가 재생할 수 있도록 신호를 만든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발터 롱고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단식이 자가포식을 활성화시켜 늙고 손상된 세포가 죽으면 줄기세포가 몰려와서 건강한 새 면역세포로 분화한다고 한다.
줄기세포 역시 장 안에 위치한다. 테니스 코트 크기의 창자 표면은 수백만 개의 매우 가느다란 미세융모로 덮여있고, 각각의 미세융모 밑에는 미세한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박테리아와 줄기세포가 살고 있다. 창자의 표면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자라고 죽는다. 장세포가 영양 흡수에 동반되면서 끊임없이 떨어져 나가는 동안 창자 내에 있는 줄기세포는 미세 융모를 계속해서 새로운 장세포로 채운다. 창자 내 줄기세포에는 G단백질 수용체라는 접속장치가 있다. 이 수용체는 활성화를 일으키는 화학적 신호를 받아서 건강한 새 창자벽이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러한 신호 중 하나가 R-스폰딘(R-spondin)이라는 물질인데 이 물질도 장내 유익균이 생성하는 물질이다.
우리 몸이 창자벽이나 신체 다른 부위에 나타난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 줄기세포가 더 많이 필요할 때 미세 융모 아래 거주하는 미생물들은 자신들과 함께 숨어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할 신호를 내보낸다. 우리가 칼로리를 제한하고 점액질을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장 내벽을 먹어 없애면 미세 융모 아래 있던 유익균들은 최전방에 병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결과적으로 줄기세포가 미세 융모를 더 풍성하게 자라도록 해서 창자벽을 다시 채운다. 요약하자면 단식은 우리 몸에 나쁘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창자 내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또 다른 신호는 비타민 D3이다. 비타민 D 3가 부족하면 장내벽이 손상되어도 줄기세포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장내벽이 너무 심하게 손상되면 장내벽의 표면적이 테니스 코트가 아니라 탁구대 크기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영양을 충분히 흡수할 수가 없어서 결국 영양실조가 될 수 있다.
줄기세포와 말단소체(telomere)는 서로 관련이 있다. 말단소체는 나이 들수록 유전물질이 손상되거나 소모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DNA 끝부분의 염색소립이다. 그 길이가 짧아질수록 인지력이 감퇴하고 노화가 빨라진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말단소체가 짧아지고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기능이 떨어지며 그 손상으로 인해 암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내 유익균은 성장과 퇴보라는 순환을 견디도록 진화하였다. 그들의 숙주 생명체인 우리가 일 년을 주기로 생체리듬에 따라 다른 음식을 다른 양만큼 먹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제철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 DNA에 새겨진 문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지구의 얼마 남지 않은 수렵채집 부족인 탄자니아의 하드자 부족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가 계절에 따라 주기적인 형태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는 계절에 따른 변화에 맞춰 살아야 한다. 봄, 여름은 성장과 번식의 시기이므로 에너지 섭취가 많아야 하고 가을, 겨울은 휴식의 시기이므로 에너지 섭취가 적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365일 성장주기에 살고 있다. 모든 종류의 음식이 풍부해서 우리 몸을 리셋할 수 있는 자연적인 기회가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장내 유익균은 1년 내내 비슷한 구성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건강하려면 이 주기를 다시 찾아야 된다. 음식의 종류를 바꾸고 주기적으로 칼로리를 제한해야 한다.
많이 먹고 적게 먹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할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칼로리를 제한할 때 SIRT1이라는 필수 유전자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는 우리가 잠을 잘 때 활성화되는데 시신경교차상핵을 제어하여 생체리듬 조절 기능이 활발해진다.
장내 유익균은 멜라토닌을 생성할 뿐 아니라 1년 365일 성장주기에 놓인 효과를 상쇄시키고 장내벽이 튼튼해지도록 도와주는 다른 중요한 호르몬 신호도 만들어낸다. 그중 하나가 짧은 사슬 지방산인 부티레이트다. 특정 장내 유산균만 만들 수 있는 이 부티레이트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개선하고 미토콘드리아의 지방과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여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해 준다. 또한 부티레이트는 간에서 케톤을 생성한다. 케톤은 미토콘드리아가 좋아하는 연료다. 장내 유익균이 부티레이트를 생성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창자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유기화합물로 폴리아민이라는 물질도 있다. 폴리아민 역시 장내 유익균에 의해 생성되며 장내 유익균의 도움을 받아서 세포로 전해지고 세포의 성장과 분화,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폴리아민은 창자 벽을 보호하는 일 외에도 항염 성질이 강하고 자가 포식을 촉진하며 뇌 기능을 조절하고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폴리페놀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추천한다. 폴리페놀은 식물성 화합물로 장내 유익균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자가포식 같은 유익한 작용이 일어나록 유도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항 것은 장내벽을 건강하게 지키는 일이 건강수명과 장수의 핵심이며 그것은 늘 공격받고 있다는 점이다. 명심하자. 장내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해서 미토콘드리아를 도와줄 화합물을 만들도록 돕는다. 우리가 단식을 하는 중이라고 몸을 속여서 불필요한 세균을 없애고 강한 세포들만 남긴다. 장내벽과 점액층을 두껍게 만들어서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 포스트에서 비만과 장과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보자.
스티븐 R. 건드리의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엘러나 콜렌의 《10% 인간》, 폴 살라디노의 《최강의 다이어트 카니보어 코드》, 윌 콜의 《케토채식》, 에다 아카시의 《장내 세균의 역습》, 윌 벌서위츠의 《최강의 식물식》, 헨드리크 슈트레크의 《면역체계》,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 외 여러 서적을 참고하여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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