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처럼 늙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의 DNA를 물려받았으니 당연한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부모님의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과 비슷한 생활 습관을 지니고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생활습관과 환경은 우리 몸속과 피부 심지어 우리를 둘러싼 먼지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인 우리의 홀로바이옴(holobiome)을 놀랍도록 유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부모님처럼 건강이 나빠지고 노화가 빨리 오는 것은 우리의 인간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바로 홀로바이옴과 그 유전자 때문이다.
2018년 <네이처>에 소개된 통계 분석에 따르면 홀로바이옴의 일부인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군 유전체, microbiome)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형성되고 '숙주의 유전적 특징'(우리는 장속 친구들을 위해 영양을 제공하는 생물인 숙주일 뿐이다)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미미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유전자는 인간의 운명과 거의 관련이 없다. 개인의 장내 박테리아(세균) 구성은 혈당 수치와 비만을 포함해 그 사람의 건강 문제를 더 잘 예측한다. 생물학적 부모보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룸메이트나 배우자와 건강 상태가 비슷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장내 세균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속 90%를 차지하지만 우리가 여태껏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미생물이라는 존재가 있다. 미생물총(microbiota)이라 불리는 100조 마리의 체내 미생물은 대부분이 박테리아(세균)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겨우 10%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장에는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우리 몸속 90%를 차지하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m짜리 대장 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어 놓았다. 피부와 손톱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득시글거린다.
장내 세균은 단지 몇 가지의 건강상의 문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피부, 호르몬, 세포의 에너지 수준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수명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잘 살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군 유전체)을 이루는 세균들은 24시간 내내 우리 몸의 면역계와 신경계, 호르몬계의 주요 부분을 조절하는 일에 관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화기관을 돕는 일일 것이다. 장내 유익균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폴리페놀, 호르몬, 단백질을 생성해서 그 물질들이 필요한 기관에 전달한다. 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처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음식의 영양분이나 정보를 이용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장내 유익균이 소화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세균들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음식만 처리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특정 음식만 소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장내 유익균을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한다.
▶ 장내 유익균은 이스트(곰팡이 같은 균류)나 일반적인 장내 미생물인 칸디다를 억제하고 다른 유해 미생물의 과잉 성장을 막는다.
▶ 장 입구를 관리하는 문지기로서 유익한 혹은 적어도 해롭지 않은 음식과 물질을 통과시키고 해가 되는 것들은 출입을 막도록 면역체계를 교육하는 일도 맡고 있다.
▶ 장내 유익균은 여러 중요한 호르몬의 전구체를 생성하고, 장 상태에 관해 나머지 인체 세포와 정보를 교류한다.
미토콘드리아로 직접 신호를 보내면서 이러한 과정은 이루어진다.
장내 유익균에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식물 화합물은 렉틴이다. 렉틴은 식물이 동물에 먹힐 때 보호막으로 작동하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이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 곤충이 식물의 주요 포식자였을 때 식물은 생존전략의 하나로 렉틴을 생성하여 그들을 마비시켰다.
인간은 곤충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그리고 점액질 같은 자체 방어 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렉틴을 먹더라도 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장내 유익균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렉틴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장내 유익균은 점점 더 불행해진다. 우리는 쉽게 피곤해지며 살이 찌고 아프고 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곡식을 주로 먹는 쥐를 보면 그들의 미생물군 유전체가 어떻게 곡식에 든 렉틴을 잘 다루도록 진화했는지 알 수 있다. 인간과 비교하면 렉틴과 다른 곡물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라는 효소가 수백 배 더 많다. 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곡식과 외떡잎식물을 재배하여 수확한 식물은 장내 유익균을 만족시켜 줄 그런 음식이 아니다. 인류의 정착생활 이후 1만 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렉틴에 대한 면역 내성을 키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지난 50여 년 동안 장내 유익균에게는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다.
▶ 그동안 우리는 렉틴이 풍부한 음식을 조리하는 전통적인 방법들, 가령 물에 불리거나 발효시키는 등의 방법을 대부분 버리고 쉽고 빠르고 저렴한 방법을 택했다.
▶ 게다가 자연에 근거하지 않은 유전자 변형된 GMO식품, 장내 유익균이 소화할 수 없는 음식과 약물을 먹이로 주고 키운 동물, 그 동물로 만든 육류와 유제품도 먹는다.
▶ 우리의 식품 체계는 제초제, 살균제, 화학비료, 식품첨가물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졌다. 또한 각종 생활용품과 공장에서 생산된 가구, 세제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우리의 홀로바이옴은 혼란에 빠졌다.
▶ 1960년~70년대 사이에는 광범위 항생제가 등장하였다. 정말로 필요한 경우 이외에도 의사들은 확실치 않은 경우에도 심지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항생제를 처방한다. 모든 광범위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에 최대 2년까지 영향을 준다.
장내 유익균으로서는 이 모든 변화를 그렇게 빨리 따라잡고 적응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급격한 식습관 변화와 과도한 화학물질로 인해 우리 몸속에 있던 좋은 세균은 대거 사라졌고 나쁜 세균이 그 자리를 차지 했다.
좋다. 어쨌든 몸속에 좋은 세균이 살도록 나쁜 세균은 굶겨 죽이고 좋은 세균은 번식에 필요한 음식을 많이 먹이면 된다. 하지만 미생물군 유전체를 좋은 세균으로 구성하는 것은 문제의 절반을 해결해 준다. 나머지 절반은 좋은 세균들이 장 내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장이 새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 장 내벽의 기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자.
스티븐 R. 건드리의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엘러나 콜렌의 《10% 인간》, 폴 살라디노의 《최강의 다이어트 카니보어 코드》, 윌 콜의 《케토채식》, 에다 아카시의 《장내세균의 역습》, 윌 벌서위츠의 《최강의 식물식》, 헨드리크 슈트레크의 《면역체계》,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 외 여러 서적을 참고하여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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