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물이 인간의 건강에 이로울 때 발효라 하고 결과물이 인간에게 해롭거나 최소한의 이로움도 주지 않을 때 부패라 한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누룩곰팡이와 효모,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생성 물질에 따라 알코올 발효, 젖산발효, 아세트산 발효로 분류할 수 있다. 알코올 발효로 유명한 것은 술이고, 젖산 발효는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이 있으며, 아세트산 발효는 식초가 대표적이다.
유산균은 발효의 결과물로 유산(lactic acid:젖산)을 생성하는 균주를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적당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라고 정의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중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미생물 중의 하나가 바로 유산균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은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이하 유산균으로 통일).
사람은 미생물과 함께 진화해 왔다. 숙주인 사람은 미생물의 기생을 용인했고, 이 과정에서 미생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장내 미생물 총)은 장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모든 미생물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우리는 '게놈(geno-me)'이라는 고유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의 '제2의 게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니고 있고 이 차이에 의해 각종 질환 발병률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체세포보다 많은 100조 개의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과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고,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70%가 장에 분포하므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여 천식·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다양한 면역 작용과 혈관질환, 비만, 염증성 장 질환, 대장암, 류머티즘 관절염, 지방간, 당뇨 등 대사 질환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자폐증·치매·파킨슨병 등 뇌 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받은 평균 74세 남녀 128명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라는 균이 정상인보다 훨씬 적었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세균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은 출생 직후부터 시작되는데 출산 방법(자연분만·제왕절개), 수유 방법(모유·분유수유), 항생제 사용 등이 주요한 결정 요인이 되며 이후 나이, 약물, 거주하는 환경, 식이, 생활 패턴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다.
장내 미생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 해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유해균,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중간균이다. 이들 미생물은 나름대로 균형을 이뤄 존재하는데 사람이 가장 건강한 상태는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 일 때다.
☞ 유산균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익균 비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에서 성장하면서 유기산, 박테리오신, 각종 대사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하게 하는 일종의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한다. 유익균은 우리의 장에 붙어 식이섬유를 발효·분해한다. 그때 만들어지는 것이 ‘산’인데 장 내 산성도(pH)를 조절하여 약산성으로 이끌고 가 유해균의 증식을 막고 유익균의 증식을 유도한다. 또한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은 비피더스균의 먹이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익균 증가에 좋다. 우리 몸의 염증 제거, 면역력 증가, 당뇨에 도움이 되고 pH를 낮추어 우리 몸에 유해균이 살지 못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유산균이 수가 적어서 또는 장내 환경이 변화해서 그들의 역할을 못하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유해균들이 증식하게 된다. 이들은 장벽세포들에 구멍을 내고 침투하여 면역세포와 싸우면서 염증을 유발하고 침투하지 못하면 적어도 독소를 뿜어내면서 여러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유익균이 풍부한 발효식품을 먹는 것이다. 김치, 된장, 요구르트(요구르트)와 같은 발효식품에 유산균이 풍부한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음식에 발효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건강에 이로운 유산균이 풍부한 식품을 소개한다.
1. 김치 김치 속 유산균은 면역활성도를 높이고, 항암작용을 한다. 김치의 젖산균은 김장을 한 후 8일 정도 지났을 때 가장 많다고 한다. 특히 과민성 대장증후군, 장 불편감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장 후 유산균이 잘 발효되는 땅속 온도인 -0.5~7도의 저온에서 숙성하는 것이 유산균 생성에 가장 효과적이므로 김치냉장고 이용 시 온도설정을 잘 확인한다.
2. 사우어크라우트(자우어크라우트, sauerkraut) 독일식 김치라 할 수 있는데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후 차갑게 먹거나 익혀 먹는다. 락토바실러스와 류코노스톡 등의 유산균이 설사와 변비 예방을 돕는다.
3. 된장, 청국장, 미소, 템페 콩을 발효한 이들 식품에도 유산균이 풍부하다. 단, 조리할 때는 바실러스균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10분 이내로 제한한다.
템페(tempeh)는 인도네시아의 콩 발효식품이다. 불린 콩의 껍질을 벗겨낸 후 살짝 익혀 곰팡이균을 섞어 1~2일 정도 발효하여 먹는다. 변비 등을 개선하는 장내 유익균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샐러드나 파스타에 곁들여 먹거나 기름에 지지거나 오븐에 넣어 구워 먹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4. 요구르트, 케피어 우유를 이용한 발효 식품에서 유산균은 젖산을 생성하여 카제인을 응고하며 유단백질의 소화흡수를 돕고 특유의 향미를 입힌다.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우유 대신 요구르트, 치즈 등을 섭취해 유제품의 영양도 챙기고 소화불량 등 증상을 완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유에 유산균을 더해 발효한 요구르트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단 좀 더 많은 유산균을 섭취하려면 일반 발효유의 유산균 법적 기준치보다 10배 더 많은 농후 발효유(1g당 1억 이상의 유산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케피어는 중온성 유산균으로 25~32도에서 12시간 이상 발효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대사산물이 콜레스테롤 감소, 항균, 항암, 유당불내증 개선 등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5. 자연산 치즈 가공 치즈보다 자연산 치즈가 영양이 더 풍부하고 유산균이 살아 있어 종류에 따라서는 계속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급적 구입 후 냉장 보관하여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프로바이오틱스ㆍ프리바이오틱스ㆍ신바이오틱스 제품으로 먹을 수도 있는데 유익균 제품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많은 이견이 있다. 개인이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의약품은 아니어서 효과는 없다. 그런 제품을 먹으면 한 달 정도는 효과가 있다. 많은 유익균이 한 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효과가 사라진다. 유익균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 균을 얼마나 먹어야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없다. 따라서 발효식품을 꾸준히 먹는 식습관이 장 건강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다.
외 다수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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