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907076764712300405968261e9533d11cad1f6a8" / 10%만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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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플까/장

10%만이 인간이다

by belly fat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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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 90%를 차지하지만 우리가 여태껏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미생물이라는 존재가 있다. 미생물총(microbiota)이라 불리는 100조 마리의 체내 미생물은 대부분이 박테리아로 구성되어 있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이며 미생물의 불균형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겨우 10%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장에는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우리 몸속 90%를 차지하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m짜리 대장 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어 놓았다. 피부와 손톱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득시글거린다.
 
비만은 과식이나 운동량 부족이라는 원인만으로 생기는 생활 습관병이 아니다.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불균형에서  체중 증가가 발생한다는 열역학 법칙이 완전히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체중을 유지하려면 에너지 유입량과 에너지 유출량이 같아야 한다.

 

☞ 체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단순히 우리가 얼마나 먹고 움직이냐를 넘어서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서 우리 몸이 실제로 흡수하는 열량 그 열량을 소비하거나 저장하는 수준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비만한 사람들의 몸에 사는 박테리아는 날씬한 사람들의 박테리아보다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게 한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정상적인 시스템에 기능 장애가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미생물이 우리 신체의 정상적인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벨기에 루벤가톨릭대학교의 영양대사학 교수인 파트리스 카니는 비만한 사람들은 포만 호르몬인 렙틴의 효과에 내성을 보일 뿐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방 조직 역시 병증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정상적인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저장할 때는 지방세포의 수를 늘 그 각각에 지방을 소량씩 저장하지만 비만한 사람들은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지방세포의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지방을 쑤셔 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체내의 염증 수치가 높고 새로운 지방세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에너지 저장 과정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병적인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니는 염증을 일으키고 지방 저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비만 세균이라고 의심했다. 장에 서식하는 어떤 박테리아는 세포의 표면이 LPS(지질 다당류)라고 부르는 분자로 코팅되어 있는데 이 분자가 혈액으로 들어가면 독소로 작용한다. 더 정확히 말해서 LPS가 체내에서 지방세포의 분열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방이 기존의 지방세포에 용량을 초과하여 저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비만한 사람의 지방 조직은 생화학적인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주범은  LPS다.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라는 종이 있다. 이 박테리아는 체중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가 높아진다. 마른 사람의 경우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4%에 달하지만 비만한 사람의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체내의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양은 체질량지수에만 관련이 있는 게 아니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수가 적을수록 장내벽의 점액질층이 얇아져서 더 많은 LPS가 혈관으로 들어갈 기회를 주게 된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장내벽 세포가 점액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더 많이 발현하도록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박테리아 자신에게는 유리한 서식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LPS가 장내벽 세포를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박테리아성 물질인 LPS는 지방세포의 염증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체중이 늘게 한다. 그런데 장벽이 견고하면 LPS가 장벽의 세포 사이를 통과해서 혈액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LPS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숫자를 높게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들의 몸에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수가 감소하고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점액질층의 두께를 증가시킨다면 또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혈액 내의 LPS 수치를 낮추고 체중 증가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카니는 연구결과를 통해 '고지방 식단과 동시에 고섬유질 식단을 함께 먹는다면 적어도 과식으로 살이 찌는 불행은 피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반대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서 섬유질을 함께 먹어두지 않으면 장벽의 보호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섬유질이 미생물총을 강화해 장내벽의 수비를 견고하게 유지하게 한다면 LPS는 혈관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면역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방세포는 꾸역꾸역 지방을 채우는 대신 분열하여 숫자를 늘리게 될 것이다. 

 

위 우회술은 위의 크기를 축소해서 매끼 아이가 먹는 분량 이상으로 음식 섭취가 불가능하도록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음식의 양을 조절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 수술 후 몇 주 안에 비만 세균이 우점하던 장내 미생물은 후벽균과 의관균의 비율이 역전되고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수치가 1만 배나 늘어 정상치로 돌아온다. 체중이 감소한 이유는 위를 절개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돌아온 미생물총덕분에 에너지 조절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미생물 자체보다도 그들이 섬유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짧은 사슬 지방산이다. 주요 짧은 사슬지방산에는 아세트산(초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이 있는데, 식물성 음식을 먹으면 대장에서 미생물이 섬유질을 소화해 나온 산물인 이 짧은 사슬지방산들은 지방세포의 GPR43과 결합하면 지방세포는 크기가 커지는 대신 분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건강한 방식으로 저장하게 된다. 또한 포식 호르몬인 렙틴을 방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섬유질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내벽을 튼튼하게 하고 섬유질을 소화해 나온 산물인  짧은 사슬지방산은 지방세포가 에너지를 건강한 방식으로 저장하게 해 우리를 날씬하게 만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내 미생물의 먹이인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것뿐이다.

 

 

 

앨러나 콜렌의 《10% 인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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