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바이옴(미생물군 유전체)을 좋은 세균으로 구성하는 것은 장건강이라는 과제의 절반을 해결해 준다. 나머지 절반은 좋은 세균들이 장 내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장이 새고 있다. 먼저 장 내벽의 기능을 알아보자.
창자는 단층의 점막세포인 장 세포로 연결되어 있고 다른 물질이 드나들 수 없도록 서로 단단히 밀착해 있다. 이 창자 층의 두께는 세포 하나 크기 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표면적은 테니스 코트 크기와 맞먹는다.
창자 벽 안쪽에 자리 잡은 면역세포인 특수 백혈구는 창자 벽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면역세포의 약 60%가 창자 내벽에 모여 있고 그 면역세포가 위장관에 있어야 할 것과 있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한다.
위산과 효소, 장내 유익균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단백질과 지방, 당류 및 탄수화물을 아미노산, 지방산, 당분으로 각각 분해한다. 그러면 점막세포는 소화된 아미노산과 지방산, 당분을 단일분자로 쪼개고 점막세포를 통과시켜 문맥이나 림프계로 내보낸다.
이 시스템이 정상적일 때는 단일 분자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인 창자벽 밖에 있다. 하지만 창자벽이 약해져서 미세한 구멍이 많아지면 다른 화합물들이 새어 들어오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일명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혹은 장 투과성( intestinal permeability)이라는 증상으로 노화와 관련된 일반적인 질병 대부분이 이 증상에서 비롯된다.
애당초 창자벽이 손상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 바로 렉틴이다.
렉틴은 창자벽을 이루는 점막 세포 간의 단단한 결합을 떼어놓는다. 다행히 렉틴은 처음부터 창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일단 렉틴을 먹었다면 코와 입, 식도에 있는 점액인 뮤코다당질이 렉틴과 결합해 장 내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가둬놓는다. 점액에 당질이 존재하는 이유는 렉틴이 당과 잘 결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렉틴이 장 내벽까지 도달하면 장 내벽에 있는 점막세포가 다음 방어선이 된다. 점막세포는 훨씬 더 많은 점액을 생산해서 렉틴이 창자벽을 뚫고 나가지 못하도록 렉틴과 결합해서 그곳에 가둬 둔다.
▶ 우리는 대부분 이 점액질 보호막이 부족하거나 어떤 경우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렉틴이 포함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렉틴과 결합하느라 점액이 계속 소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액이 없으면 점액을 생성하는 점막세포가 산과 박테리아, 더 많은 렙틴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창자벽을 보호하는 점액이 더욱 부족해진다. 이 점액이 없으면 렉틴은 장 내벽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조눌린이라는 화합물을 생성한다. 조눌린은 창자벽을 지탱하는 밀착된 결합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 렉틴이 창자 벽에 구멍을 뚫으면 렉틴뿐만 아니라 나쁜 장내 세균을 포함한, 특정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분자인 지질 다당류(lipopolysaccaride, LPS)에게도 길을 터주는 꼴이 된다.
LPS(지질 다당류)는 박테리아가 창자에서 분열해서 죽을 때 만들어지는 박테리아 세포의 조각으로 매일 수조 개씩 만들어지며 창자 벽에 틈이 생기면 그 틈을 뚫고 우리 몸속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바로 이 지질 다당류가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아닌 데도 우리의 면역체계에 있는 톨 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s, TLR)는 LPS와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LPS가 진짜 박테리아라고 생각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박테리아가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로 오인될 수 있다. 결국 면역체계가 상시 경계 상태가 되므로 LPS가 장 내벽을 지날 때마다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염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
▶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렉틴은 LPS의 분자 패턴과 유사한 외부 단백질이므로 이들이 창자 벽을 통과할 때도 톨 유사 수용체가 경보를 발령해서 다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킨다. 팔레오 식단의 창시자인 콜로라도 주립대 로렌 코데인 교수는 이 현상을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고 설명했다. 렙틴이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과 신경관절에 있는 단백질을 모방한다는 뜻이다.
면역체계는 우리 몸에 있는 이러한 것들을 외부 침략자라고 오인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친절한 염증 반응이 모두 자가 질환 면역질환의 원인이다.
창자 벽을 통과한 무단침입자가 몸 여러 부분에 달라붙는 한편 면역체계가 따지지도 않고 이들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결과다. 이 모든 일은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혼란에 빠져서 생기는 것이다.
입과 피부에서 일어나는 누수를 포함한 장 누수는 노화와 질병의 근본 원인이다. 데일 브레드슨의 말처럼 코에서 부비강을 통해 뇌로 들어간 이상 박테리아는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많은 연구가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죽상 동맥 경화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현대 인구의 100%가 어느 정도는 장 누수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본다.
ⓐ' 대부분의 렉틴은 글루텐 처럼 크기가 커서 구멍이 없는 한 창자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맥 배아 응집소(wheat germ agglutination, WGA)라는 렉틴은 아주 작아서 장내 점막층에 손상이 없어도 창자벽을 통과해 특히 신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이 렉틴은 인슐린을 흉내 내는 능력도 있어서 우리 몸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장에 있는 세포가 설탕 분자 하나하나를 물어서 혈류로 보낼 때 췌장에서는 포도당 혈당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세포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서 포도당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후 근육 세포와 신경세포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포도당을 분해한다.
근육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포도당이 많으면 인슐린은 지방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접속장치에 달라붙어 지질 단백 지질 분해효소(lipoprotein lipase)라는 효소를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켠다. 이후 이 효소는 남는 포도당을 지방으로 바꿔 지방세포 내에 저장시키는 일을 한다.
▶ 이 시스템은 우리가 파스타, 빵, 과자는 물론이고 밀을 빻아서 만든 호밀, 보리 등 모든 통밀가루와 현미 등 통곡물을 먹은 후 WGA가 흡수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WGA는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 호르몬 접속장치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WGA는 장치에 접속했다가 정보를 내보낸 뒤 떠나는 정상 호르몬과 달리 이 장치에 붙어서 스위치를 계속 열어둔다. 그렇게 되면 지방세포가 계속 당분을 끌어 모아 지방으로 저장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근육 세포에서는 실제 인슐린이 WGA에 막혀 접속장치에 접속할 수 없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포도당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세포는 죽는다.
근육 손실이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근육 손실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인슐린 모방 때문이다.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받지 못해서 근육 세포가 죽는 것이다.
▶ 최악은 WGA가 신경세포를 따라다니며 에너지를 차단해서 결국 신경세포를 죽게 한다는 것이다. 신경세포에 당분 공급이 차단되면 뇌는 음식을 더 많이 먹도록 요구한다. 다른 세포에 있는 인슐린 접속장치도 모두 막혀 있는 상황이라 아무리 음식을 먹어도 당분은 곧장 지방세포로 변할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뇌세포와 말초신경이 죽어서 치매, 파킨슨병,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렉틴을 없애는 것이 장을 치유하고 노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절차이다. 하지만 렉틴은 점막층을 갈라놓고 장 누수를 일으키는 유일한 분자가 아니다.
ⓑ 장 누수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부프로펜, 애드빌, 모빅 등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다. 이 약들은 아스피린이 위 내벽에 손상을 준다는 부작용 때문에 아스피린의 대체 약품으로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러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소장과 대장의 점막층을 손상시키는 원인임을 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발표된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할 것 같은 이 약들이 사실은 창자 벽에 구멍을 내고 그 결과 렉틴과 LPS,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우리 몸속으로 밀려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면역세포들은 외부침입자들이 들이닥치면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더 고통스러워진다. 장 내벽에 생긴 구멍 자체가 우리에게는 고통이다. 결국 그 고통 때문에 다시 약을 찾는다. 고통과 염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장에 막대한 손상을 입히는 또 다른 부류는 위산 완화제이다. 위산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나쁜 세균은 창자에 도착하기 전에 대부분 위산에 죽는다. 위산이 부족하면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를 포함해 나쁜 세균이 우리 몸을 장악할 수 있다. 위산 차단제를 자주 복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산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다.
또한 위산은 단백질을 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렉틴이 바로 식물 단백질 아닌가. 따라서 위산 차단제 복용은 렉틴에 대한 주요 방어기제 중 하나를 의도치 않게 없애는 것이다.
장내 유익균은 대부분 산을 싫어한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미생물 중 일부는 산소와 산이 없는 대장에 산다. 세균이 대장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가리켜 의약용어로 산성 증감(acid gradient)이라고 한다. 음식이 창자를 따라 몸 아래로 이동할수록 간과 췌장에서 분비된 알칼리성 소화효소 덕분에 위산이 점차 희석된다. 이렇게 산성이 낮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변화는 대장과 소장이 만나는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산성이 없으면 대장에 있어야 할 박테리아가 소장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소장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창자벽을 손상해서 소장 내 세균과다증식(SIBO)이라는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소장에서는 그들을 막을 방어벽이 별로 없어서 우리 몸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결과적으로 장 흡수층의 기능이 망가지면 노인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단백질이 소모되고 근육이 부족해진다.
갑작스럽고 잦은 설사나 변비, 복부팽만과 복통을 유발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 또한 장투과성 증가로 인한 염증이 장의 신경과 근육을 포함하여 장 내막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장에 일시적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과도한 장투과성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더 민감해지고 운동성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염증치료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특징은 장운동성의 변화와 장과민성 증가다.
과민성대장증후군(IBS), 만성피부질환(여드름, 습진, 건선, 두드러기, 포진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류머티즘 관절염, 루프스, 그레이브스병,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 ADHD, 비만, 제2형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각종 음식과 화학품에 대한 과민반응 등 많은 질환들이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혹은 장 투과성( intestinal permeability)과 연관되어 있다
환자들의 창자벽을 치료하고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찾도록 도운 결과 혈중 사이토카인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염증 수치가 급격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상처가 나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바이러스, 세균등의 병원성 미생물이 침입하여 감염되었을 때 우리 몸은 조직을 재생시거나 이물질을 물리치기 위해 면역체계를 작동시킨다. 침입자들이 내부를 침범하면 상처부위가 붓거나 고열, 통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면역세포들이 현장에 몰려와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염증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다른 면역세포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불려 온 면역세포들이 조직을 재건하거나 미생물들을 직접 물리친 뒤 상처가 치유되면 면역세포들과 함께 염증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 이것이 급성 염증이다.
건강한 정상 면역체계에서는 1~2주 만에 이러한 모든 몸속 전쟁은 끝난다. 일반적으로 급성 염증은 단기적으로 발생하고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진 않는다. 부상을 치유하고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선 면역체계가 관여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짧은 염증반응은 정상적이고 문제가 해결되면 즉시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급성염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염증 물질이 방출되거나 염증 반응과 면역반응이 과다하게 일어나는 경우 급성염증은 만성염증으로 바뀐다. 결국 면역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만성염증과 면역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되고,만성염증질환(심근 경색, 당뇨병)과 자가 면역질환(천식, 아토피, 류머티즘 관절염, 크론병)이 발생하게 된다.
만성 염증은 급성 염증과 달리 자각증상이 없어서 만성질환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만성 염증은 매일매일 조금씩 우리 몸을 갉아먹다가 몸의 한계에 달하는 시점에 이르러 드디어 임상 증상이 발현되는데, 이때는 너무 늦어 되돌릴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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