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식품으로 여겨졌던 식물성 식품에는 당신을 아프게 하고 과체중으로 만드는 것들이 많다. 바로 그 식물들이 당신을 병들게 한 원인이다. 여기에 역설이 존재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플랜트 패러독스이다.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복합체인 렉틴은 그 종류가 수천 가지에 이르고 다양한 생물종에 존재하는데 모두 유해하거나 장에 손상을 입히지는 않는다. 식물의 씨앗, 껍질, 잎에 든 식물성 렉틴은 식물을 소비한 포식자 몸속의 세포막을 둘러싼 탄수화물(당), 특히 다당류라고 불리는 당질 복합체와 결합하여 소장의 대사를 방해하고 장 융모(소장 내벽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손가락 모양의 돌기)나 관절에 손상을 준다. 식물성 렉틴은 관절을 굳게하고 장을 자극하며 세균을 지나치게 늘리며, 렙틴 저항성을 유발해 비만한 사람의 뇌가 포만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한다. 오이나 호박처럼 씨앗이 많은 채소를 배제할수록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되고 체중이 더 많이 빠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많이 개선되었다.
렉틴은 다른 유기체, 특히 곰팡이, 곤충, 다른 동물의 세포 표면을 표적으로 삼아 달라붙는다. 그들은 시알산(sialic acid), 즉 모든 생물의 혈관표층 세포를 포함해 장, 대뇌, 신경 말단사이, 관절, 체액에서 발견되는 당 분자와도 결합한다. 이런 구속 프로세스 때문에 '끈적한 단백질'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세포들 사이의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거나, 독성이나 염증성 반응을 유발한다.
렉틴이 시알산에 결합되면 신경은 다른 신경에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브레인 포그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범인은 렉틴이다. 렉틴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그들이 의도하는 표적에 달라붙고 결합하기 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렉틴에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에 취약하다. 당신이 친구들에 비해 더 자주 아픈 것 같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라. 렉틴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외에도 체중 증가를 자극한다. 추운 북반구에서 밀이 주식으로 선택된 이유는 WGA(소맥배아응집소, wheat germ agglutinin)라는, 체중 증가를 책임지는 밀 속 유난히 작은 렉틴 때문이다. 글루텐은 수천 종의 렉틴 중 하나다.
인류가 걸어 다니기 훨씬 전부터 식물들은 렉틴을 생산해 자기 자신과 후손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했다. 렉틴은 식물이 동물과의 싸움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이다. 포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세상은 식물들에게 에덴 동산이었을 것이다. 최초의 포식자가 곤충이었기 때문에 식물은 자신을 먹거리로 삼으려는 이 벌레를 마비시키는 몇 가지 렉틴을 개발했다. 분명 곤충과 포유류 사이에는 크기의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렉틴이 일으키는 결과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땅콩 한 알(땅콩은 렉틴 덩어리다)이 특정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식물을 먹고 몇 분 안에 식물 화합물에 의해 마비 증세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났다.
포유류는 엄청난 수의 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화합물들을 수년간 소비하면서도 피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피해를 입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해로운 식물 화합물에 거의 즉각적으로 때로는 대단히 놀라운 방식으로 반응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특정 렉틴에 민감하다.
자신에게 민감한 렉틴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종류라도 대량으로 먹으면-염증이 생겨서 머리가 멍해지거나 관절이 쑤시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편두통이 생긴다. 예를 들어 토마토, 가지, 피망, 감자, 후추 등 가짓과 식물에서 발견되는 렉틴(가지 속식물의 렉틴에는 신경독인 솔라닌이 들어 있다)에는 많은 사람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가 면역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과 관련이 깊으며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렉틴을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을 해칠 위험이 커지므로 렉틴 함량이 높은 식품은 백해무익하다.
식물은 당신의 몸에 에너지를 주고 당신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백 가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 등 영양분을 공급한다. 특정한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식물을 적절히 가공하지 않고 함부로 먹으면 면역체계가 교란되어 자가면역질환으로까지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자주 먹는 음식을 준비하는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 누구나 건강해질 수 있다.
다행히 렉틴은 대부분 열에 파괴되므로 가열하면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다만 가짓과 채소를 포함한 몇몇 식품에는 열에 파괴되지 않는 렉틴이 들어 있다.
▶토마토의 껍질과 씨에 렉틴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꼭지에 십자로 칼집을 넣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자른 후 씨를 빼낸다. ▶퀴노아는 물에 담아두고 썩혔다가(발효) 조리한다. ▶인간의 94%는 땅콩의 렉틴에 대해 항체를 가지고 있다. 위험할 수 있다. ▶고추는 구운 다음 껍질을 벗기고 씨를 솎아낸다. ▶십자화과 채소는 가능한 많이 먹어야 한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 장누수 증후군을 진단받았다면 오래 익혀야 한다. ▶익힌 혹은 생 버섯은 어느 쪽으로든 좋다. ▶후추, 오이, 호박의 껍질과 씨를 제거하면 렉틴 함량을 낮출 수 있다. ▶밀, 호밀, 보리, 귀리에 든 렉틴은 파괴되지 않는다. 이러한 식품은 절대 금지다.
곡물의 렉틴은 압력솥을 이용하면 파괴할 수 있다. 마른 곡물을 물에 불리는 것으로 글루텐이나 WGA를 제거하지 못한다. 콩, 완두, 대두, 렌틸콩도 많은 렉틴이 들어 있다. 압력솥이 콩과 식물은 물론 가지 속 식물과 호박과에 속하는 채소의 렉틴을 파괴한다. 조리대에서 몇 분 만에 말이다. 압력솥으로 조리해서 렉틴을 잃은 콩은 수명을 연장하고 기억력을 강화한다.
발효가 렉틴의 함량을 크게 낮춘다. 발효는 사워도우의 글루텐을 없앤다. 또한 렌틸콩의 렉틴을 98% 제거한다. 단 글루텐 함유곡물에서는 발효도 효과가 없다. 콩과 식물에 싹을 틔우는 것은 소화를 돕지 못한다. 사실 발아는 렉틴의 함량을 높인다. 싹을 틔운 콩이나 곡물은 오히려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R. 건드리의 《플랜트 패러독스》와 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를 발췌, 요약하였습니다.
용어설명
식물도 아니다 - 렉틴(Lec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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