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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찌는가

에베 코지의 《당질다이어트》에서

by belly fat 2024. 6. 3.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이라는 세포덩어리 중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24시간 내내 조금씩 기초분비(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된다. 음식으로 당질을 섭취하는 데 따라 상승한 혈당치를 낮추기 위해 추가분비되는데 보통 당질제한식에서 추가분비량은 기초분비의 2~3배, 혈당 상승이라는 계기가 생기면 기초분비량의 몇십 배나 되는 인슐린이 한꺼번에 추가분비된다.

 

혈당이란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글루코스)을 말하며 1dl(데시리터, 100cc) 안에 든 포도당의 양을 혈당치라 한다. 뇌, 근육, 심장, 혈액 속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세포가 이용하는 몸의 기본 에너지원이다. 당질을 섭취하면 소화흡수되어 포도당이 되어 혈당치가 상승한다. 정상혈당은 공복 시 70~109mg/dl 전후이다. 당질 섭취 후 보통 120~179mg/dl로 치솟으면 정상치까지 내리기 위해 인슐린이 긴급히 분비되어 세포가 에너지로 사용하게 하지만 남는 포도당은 근육, 지방조직 등의 세포 내로 유입시킴으로써 혈당치를 내린다. 세포 내로 유입된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되지만 간에는 50~80g, 근육에는 200~300g이 한계이므로 남는 포도당은 체지방으로 변해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즉 살이 찌는 것이다. 이것이 인슐린을 비만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많이 먹는다고 혹은 고칼로리 식사를 한다고 해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다.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되는 것은 당질을 먹었을 때뿐이기 때문이다. 당질은 식후 수 분에서 두 시간 사이에 거의 혈당으로 바뀌어 혈당치를 상승시킨다. 그러나 지질이나 단백질은 먹어도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칼로리가 아니라 당질 함유량이다.

 

음식물의 3대 영양소 중 단백질은 주로 몸을 구성하는 기초물질로서의 역할을 하므로 실제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은 지질과 당질이다. 둘 중 더 중요한 것은 지질로 혈당치가 오르기 전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은 보통 상태에서는 주로 지방세포에 축적된 체지방이 분해되어 소비된다. 그러나 인슐린이 분비되면 이것이 지방세포에 작용하여 체지방의 분해를 가로막는다(지방세포에 축적된 중성지방은 리파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데 인슐린이 리파아제의 활성화를 막기 때문). 따라서 당질섭취로 혈당치가 상승하여 인슐린이 추가 분비되면 체지방의 분해가 중단되지만 당질을 제한하면 인슐린 추가분비가 줄어들어 식후(지질과 단백질 위주 식사)에도 공복 시처럼 체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체지방지방산글리세롤로 분해된 후에 에너지로 쓰이며 지방산 중에서도 혈중에 존재하는 지방산을 유리지방산이라고 하는데 지질이 유리지방산으로 변하여 에너지로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간에서는 유리지방산을 사용하여 체세포가 이용하기 매우 좋은 케톤체라는 에너지원을 합성한다. 우리 몸은 매일 케톤체를 합성하여 혈중에는 26~122 마이크로미터/리터 농도 존재한다. 그러나 당질제한식을 엄격하게 하면 케톤체 수치가 일반인의 수십 배인 1000~3000까지 상승한다. 우리 몸이 다 사용하지 못한 케톤체는 소변이나 호흡으로 배출된다.

 

지방산과 케톤체는 세포 내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하지만 적혈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어 포도당밖에 쓰지 못한다. 한 시간 동안 뇌는 최대 4g, 적혈구는 2g 혈당을 소비한다. 공복 시 우리 몸의 혈당 5g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주로 간에서 이뤄지는(일부는 신장) 당생성으로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당질제한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당생성이 활발해지는 시간이 식후 몇 시간과 수면 시간이다. 뇌와 적혈구는 시간당 6g의 포도당을 계속 소비하므로 외부에서 당질이 공급되지 않는 수면시간에는 당연히 혈당이 급격히 저하되어야 하지만 낮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당생성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과다하게 당질을 섭취하는 사람은 먼저 섭취한 당질을 사용하느라 자는 동안 당생성이 2~3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총 소비 칼로리의 70%를 차지하는 초대사량은 간이 최대 27%, 뇌가 19%, 신장이 10%이상을 차지한다. 당질제한식을 하면 당생성이 활성화되어 간과 신장의 에너지대사율이 많아져서 기초대사량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기초대사량이 늘면 소비 칼로리도 늘어나므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