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건강이 나쁜 채로 지내는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됩니다. 죽음에 다다를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마지막에 짧게 앓고 생을 마감함으로써 질병에 시달리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것입니다. 며칠 동안만 앓다가 죽거나, 편하게 자다가 죽는 것입니다.
1980년 제임스 프라이스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런 목표를 일컫는 용어로 유병기간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질병으로 고생하는 것에 대한 고려 없이 추구되는 맹목적인 수명연장의 풍조를 비판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이 노년기에까지 건강하게 지내게 되면 죽음 바로 직전에 모든 질병들이 압축적으로 한꺼번에 찾아오게 되고, 그 결과 그 사람은 짧게 고생하고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입니다(Fries and research 2012). 그의 주장은 무조건 평균수명을 연장시킬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health span)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고를 제공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우리는 왜 죽는가》에서 이 질병의 압축은 두 가지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노화 과정에 영향을 미쳐 노화 관련 질병을 늦출 수 있다는 것과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항노화 연구는 첫 번째 가정을 목표로 합니다. 즉 자신의 노력으로 노화와 질병의 시작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질병의 발생을 최대한으로 막으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여러 질환들 암, 폐렴, 치매, 심장병, 뇌경색, 골다공증 등이 맨 마지막에 한꺼번에 나타나서 짧은 시간만 앓고 만성질환으로 시달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편안히 죽는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와 내가 살아온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는 사람마다 차이가 납니다.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의 속도는 모두가 같지만 생물학적 나이의 증가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그 증가속도의 차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생물학적 나이가 지금의 건강한 정도나 기대수명을 훨씬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나이의 차이는 유전자의 차이도 있지만, 주로 후천적 환경 식습관, 생활습관, 환경 등이 더 크게 좌우합니다. 생물학적 나이에 유전자가 미치는 정도는 20%, 후천적 환경이 80% 정도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후천적 환경인 식습관, 생활습관, 환경 등을 잘 조절하여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보다 건강한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화로운 삶》의 저자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은 1차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는 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정성에 회의를 느껴 50대 이후 시골 버몬트로 들어가 돌집을 짓고 자급자족의 삶을 살았습니다.
스콧 니어링의 삶은 지천명 즈음해서 정체성을 정돈하고, 삶의 방법을 재구성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이 들어갔습니다. 100살 되는 해에는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했고요. 무엇보다 죽음을 맞기까지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온전히 건강한 삶을 살았습니다. 몸과 마음, 삶의 방법, 나이 듦을 스스로 주도하고 선택했다는 점이 감동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니어링처럼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마감하고 싶을 겁니다. 건강하게 99살까지 88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앓고 죽는다는 9988이란 말처럼요. 스콧 니어링 같은 삶이 우리에게도 가능할까요?
김혜성의 <질병압축설과 활동적 노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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