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식합니다

친구들을 만나 점심때 피자와 샐러드, 해물찜을 시켜 먹었습니다. 후식으로 아메리카노 한잔과 타피오카 펄이 든 무가당 버블 밀크티까지 마신 고탄수화물 치팅이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까지의 점심 만찬 이후 일체의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16시간 후, 즉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 7시 45분의 혈당 수치는 97로 정상입니다. 간헐적 단식과 함께함으로써 현재 생활화하고 있는 저탄고지 식이요법을 한 끼 정도 어기고도 다음날 공복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공복혈당 수치는 혈당 측정 전 마지막 식사의 탄수화물의 질과 양을 주로 대변합니다. 비록 점심의 고탄수화물 치팅이 있었지만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16시간 단식을 했으므로 정상혈당 수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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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혈당 수치나 식후 2시간 혈당 수치는 단발성 혈당 측정수치이므로 계속적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 상태인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혈액 내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혈색소)과 혈중 포도당이 결합한 형태를 헤모글로빈A1c(HbA1c: 당화혈색소)라고 합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 수준에 비례해 헤모글로빈과  포도당이 결합(glycation: 당화)하며 수치가 높아집니다. 적혈구 수명이 약 3개월이므로, 당화혈색소 수치는 과거 2~3개월 간의 신체의 평균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반영합니다. 
미국 당뇨병 협회는 5.7%(평균 혈당 100 mg/dL 미만을 의미) 이하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정상이라고 규정합니다. 6.5% 이상은 당뇨병으로 간주합니다.
   
당화혈색소는 검사 당시 식사나 신체활동량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균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일정기간의 혈당의 평균치로 변동폭은 알 수 없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안 되어 하루 중에 저혈당과 고혈당을 넘나들어도(혈당스파이크) 그 변화는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혈당 조절 상태를 판단할 때는 공복 혈당 검사를 함께 시행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혈당을 감지하는 동전 크기만 한 센서를 피부에 부착한 후 최대 2주간 24시간 동안의 혈당을 5분 간격으로 검사힙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바로 알 수 있으며 수면 중의 혈당도 측정할 수 있고 저혈당이 왔을 때 알람이 작동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당화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우리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며, 이것이 우리가 노화하고 결국에는 죽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 과정을 멈출 수는 없지만 더 느리게 만들거나 더 빠르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몸에 당이 더 많을수록 당화는 더 자주 일어나며 더 빠르게 노화가 진행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했을때 주로 생기는 증상으로 1~2시간 이내에 최고 혈당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단백질을 먹으면 3~4시간 후에 서서히 혈당이 올라가고, 지방은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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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아침 혈당과 혈압, 케톤수치를 측정하고 GKI수치를 확인합니다. 혹자는 스트레스를 쌓는 일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아닙니다. 저에게 그 스트레스는 호르메시스입니다.
전날의 식단을 반성하고, 잘못된 수면환경을 살펴보고, 감정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크게 복식호흡을 합니다. 그 수치들로부터 치팅 후 단식이 효과 있었음을 확인하고 오늘 먹을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생각합니다.

치팅 후 바로 단식을 하면 되기 때문에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 속의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자의든 타의든 일탈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저에게는 어제 점심의 고탄수화물 치팅은 바로 다시 단식을 시작함으로써 건강한 살 빼기의 새로운 시작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