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907076764712300405968261e9533d11cad1f6a8" / 생체리듬을 붕괴하는 디지털 스크린
본문 바로가기
왜 아플까

생체리듬을 붕괴하는 디지털 스크린

by belly fat 2025. 1. 29.
반응형

현대 생활이라고 하면 낮에 자연광을 덜 보고 밤에는 인공 불빛을 더 많이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업화와 전기는 우리를 생체리듬이 거의 붕괴한 상태로 몰아낸 주범이 아니다. 그 대신 디지털 스크린이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 그 원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대 근무가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주된 훼방꾼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네트워크 연결이 바로 죄인이다. 가상세계는 낮도 밤도 없다. 언제든 채팅할 상대가 있고 우리를 즐겁게 해 주거나 빈자리 또는 불면, 지루함을 채워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전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생체리듬 교란-디지털 시차증-을 낳았다. 이때 우리의 육체는 여기에 있지만 정신은 저기에서 작동 중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체가 지속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암전문가들이 교대 근무가 발암 요인이라고 이야기할 때 이는 교대 근무자들이 밤에도 깨어 있게 해주는 밝은 빛에 대한 노출을 지목하는 말이다. 미국 국가독성 관리 체계(National Toxicology Program)를 통해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암과는 무관한 질환들 가운데 빛과 관련된 것들을 산출해 냈다. 이에 따르면 심장질환, 대사질환, 생식기 문제, 위장 질환, 면역 질환, 다수의 정신질환이 야간에 빛에 노출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질환들은 현재 많은 미국인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며 생체 주기 요소를 지니는 것들이다.



한밤중에 노출된 밝은 빛이 미치는 영향과 생체 주기 코드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밝은 빛이 생체리듬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자이슬러 박사는 1980년대에 단순한 실험을 했다. 그는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아서 그들의 체온을 기록한 다음 그들을 다양한 밤 시간대에 밝은 빛에 노출했다. 이튿날 피실험자들의 체온을 측정했더니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밝은 빛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의 경우 체온과 관련된 생체리듬이 완전히 붕괴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쥐를 대상으로 삼은 몇몇 실험 결과를 보면 빛이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각성도, 수면, 우울증, 편두통을 넘어서 훨씬 더 심각한 경련 발작과 간질의 경우까지 확장될 수 있다.  

간질의 한 유형인 야간성 전두엽 간질 (nocturnal frontal lobe epilepsy)은 밤에 밝은 플래시 불빛에 의해 촉발된다. 인간의 경우 이 질환의 원인은 CHRN B2(베타2 니코틴성 콜린 수용체) 유전자의 돌연변이다. 이 유전자는 눈에서 뇌로 전달되는 빛 신호를 강하게 하거나 약하게 함으로써 뇌가 깨어 있을지 아니면 잠을 잘 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뇌로 빛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는 실제로 뇌의 수많은 부위로 확장되거나 연결되어서 위치, 시력, 행동, 수면, 각성도, 우울감, 경련 발작, 편두통 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한다.
 
이 CHRN B2 유전자의 변이는 멜라놉신 세포가 빛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멜라놉신이 전체 신경절 세포의 2~4%에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멜라놉신 세포가 덜 활성화되거나 더 활성화되면 나머지 96~98%의 세포가 저마다 뇌의 목표부위에 연결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서 볼 때 편두통, 간질, 경련 발작 심지어 빛 과민성과 같이 인간이 앓는 여러 신경질환은 우리 눈과 뇌의 연결 상태가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질환들은 근본적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지닌, 심신을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병이다.
 
반면 이런 돌연변이가 비교적 덜 심각한 형태라면 질병을 유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평생 우리의 빛 민감성에 아주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빛에 덜 민감해서 일반적인 거실 조명 불빛 아래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잠들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같은 수준의 빛이라 하더라도 밤늦게까지 깨어 있게 되고 깜깜한 침실에서만 잠을 잘 수 있다. 



◎ 밝기가 중간 정도에서 고강도인 대부분의 스크린을 응시하면 우리 망막과 뇌에 더 많은 청색광이 도입된다. 주의력, 반응 시간, 기분을 향상하기 때문에 낮 동안 유익한 청색광의 파장 길이는 밤에는 가장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여기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이 감소하고 수면이 억제된다.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증가한 어린이는 수면의 질이 나쁘거나 문제행동을 일으킬 확률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매일 8시간 이상 디지털 스크린을 보며 살기에 스크린 밝기와 색상은 중요한 광 노출원이다. 따라서 스크린에서 청색광을 줄이는 것이 저녁 시간에 청색광 노출량을 줄이는 똑똑한 접근법이다.

소프트웨어 피카사의 개발자 마이클 호프는 일반 청색광 스크린의 밝기와 색상을 청색광이 적은 오렌지빛을 살짝 띠도록 바꾸는 기능의 앱만으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그가 개발한 f.lux 앱은 모든 PC와 안드로이드폰으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잠잘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을 더 안정시켜 주고 교란을 적게 유발하는 오렌지색이나 빨간색 톤으로 스크린 색이 바뀌는 것이다.
애플과 삼성 같은 폰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에 이런 기능을 표준 사양으로 제공하게 되었다. 애플은 이 사양을 야근 기능(NightShift feature)이라고 부른다. 많은 신형 TV에도 이런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의 시력 보호 모드(Eye Saver Mode)와 같은 사양들은 서서히 TV 스크린의 색상을 바꾸고 청색광을 줄여준다.
 
◎ LED 조명은 구식 백열등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뛰어나지만 더 많은 청색광을 생산해서 우리가 밤에 잠드는 능력에 지장을 초래한다. 가격이 저렴해진 LED 전구로 바꾸면서 우리 사회의 생체리듬 교란 문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 조도 조정이 가능한 신형 LED 전구는 빛의 밝기와 색상을 심지어 스마트폰 이나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금 쓰고 있는 전구를 오렌지빛을 내는 주황색 전구로 바꾸는 것이다.
독서나 학습을 하려면 방 전체를 환한 빛으로 넘쳐나게 하기보다는 테이블 램프를 사용하는 작업 조명을 선택하면 된다. 이런 유형의 조명은 실제로 작업 표면에만 빛을 비추고 눈에는 비추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밝은 불빛 아래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 청색광 차단 안경이 만성 편두통을 완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청색광 차단 안경은 저녁 식사를 마친 직후부터 착용하기 시작하면 된다. 만약 청색광 차단 안경을 착용한다면 가정의 조명을 바꿀 필요도 노트북이나 TV에 적용할 앱을 찾을 필요도 없게 된다. 렌즈 색상에 주의해야 한다. 오렌지/분홍 색조가 청색광을 가장 많이 차단한다. 나머지 색상은 겨우 5~15%의 청색광만 걸러내기 때문에 실제적인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 선글라스가 생체시계에 주는 영향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눈에 도달하는 밝은 빛을 15배 줄일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자외선이 망막에 손상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루 몇 분 이상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눈의 각막과 수정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창문과 전면 유리는 사실 자외선이 해를 입히기 전에 이미 많은 양의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 장거리 도로 여행을 하거나 운전 시간이 1 시간을 넘거나 해변에서 몇 시간 보내는 경우만 아니라면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햇빛을 온전히 받아서 생체 주기 코드가 설정되게 돕는 것이 좋다. 물론 태양을 직접 쳐다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사친 판다의 《밤낮이 바뀐 현대인을 위한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