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근무자들은 면역계가 약하다. 비교대 근무자들과 비교했을 때 교대 근무자들은 염증성 장 질환(대장염) 발병률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세균성 감염 여러 종류의 암 그리고 심혈관 질환과 관절염을 포함한 기타 많은 면역 관련 질환의 발병 위험이 더 크다. 오늘날 우리가 모두 교대 근무자와 같은 생활을 하는 셈이라면 이런 질병들은 바로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흔히 질병, 감염,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계가 너무 약하거나 반대로 너무 공격적일 때, 맞서 싸워야 할 외래 물질이 없는데도 실수로 공격을 개시할 때, 위협상황이 해제된 후에도 오랫동안 방어 작전을 계속 전개할 때 일어난다. 면역계가 효과적이지 못하면 폭포가 쏟아지듯 면역 반응이 일어나 결국 전신성 혹은 만성 염증이 생긴다.
면역계가 최적의 상태가 아닐 때 나타나는 증상과 질병은 광범위하다. 여드름, 통증, 관절통으로 시작해서 독감, 천식, 간질환, 심혈관 질환, 대장염, 비염, 다발성 경화증까지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 염증은 세포의 DNA를 손상하여 궁극적으로는 암에 이를 수 있다. 가령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앓는 사람들은 결장암 발생 위험이 크다.
그러나 주요 신체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면역계에도 하루 주기 요소 즉 생체 주기 요소가 있다. 그래서 여러분이 면역계의 생체리듬을 다시 맞출 수 있으면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분의 생체 주기 코드가 교란되면 여러분의 면역계에도 영향을 주어 질병이나 감염에 취약해지고 빠른 회복을 어렵게 한다.
우리 혈액 속에는 수많은 유형의 면역세포가 존재하며 저마다 다양한 목적에 기여한다. 각 세포 유형은 별개의 면역계에 속한다. 일부는 세균을 파괴하고 일부는 상처를 복구하며 일부는 어떤 외래 물질이 우리 몸에 이미 침입한 적이 있는지 알아보고 기억하여 다음번 침입 때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몸에는 이런 구성 요소들이 모두 최적으로 결합하여 작용해야 한다. 시계 유전자는 우리 몸에서 유형별 면역세포를 저마다 얼마나 생성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생체시계 시스템이 붕괴되면 한 가지 유형의 방어벽을 더 많이 만들고 다른 유형은 희생시킴으로써 면역계의 세포 불균형이 야기된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생체리듬 교란을 유발하는 교대 근무가 '개연성 있는 발암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0년 동안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 결과 교대 근무와 암사이의 연관성을 결장암, 난소암, 유방암으로까지 확장했다. 암의 원인은 많고 다양한데 그중 일부는 생체 주기 요소를 지니고 있다.
● 염증과다: 염증에는 생체리듬이 있다. 그런데 특히 장이나 간에서 만성 염증이 지속되면 암이 성장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 활성산소 산화적 스트레스: 활성산소는 세포의 DNA를 손상할 수 있는데 DNA가 손상되면 돌연변이가 생기고 그중 일부는 암으로 발전한다.
● 텔로미어: DNA 복구에 생체시계가 관여하듯 건강한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데에도 생체리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야간근무를 했던 여성들의 경우 텔로미어 길이가 줄었으며 이와 관련해서 유방암 위험이 증가했다고 한다
● 면역계 감시 기능: 어떤 면역세포들은 건강해 보이지 않는 조직을 찾아서 제거해 버린다. 이것은 생산적인 자가면역을 잘 보여주는 예다. 면역계가 정상 세포와 90% 유사한 암세포를 발견하면 제거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체리듬이 교란될 때 벌어지는 상황처럼 이런 면역계가 타격을 받으면 많은 암세포가 약한 감시망을 벗어나 생명을 위협하는 종양으로 자라게 된다.
● 세포 주기 점검: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근본적인 차이점 중 하나는 성장 속도와 세포 분열 횟수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고 훨씬 자주 분열한다. 정상 세포의 경우 생체시계에 따라 많은 통제 단계가 작동하여 세포가 특정한 시간에만 성장하고 하루에 한 번이나 며칠에 한 번만 세포 분열을 하며 더 규칙적으로 자주 스스로 복구하게 만든다. 반면 암세포는 이렇게 점검하고 균형 잡는 모든 과정을 회피한다. 암세포는 세포에 영양분을 배급하는 생체 주기 메커니즘을 벗어나 버리면서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 암세포는 새로운 세포를 형성하는 지방 분자를 더 많이 만들고 자체적으로 나온 세포 쓰레기들을 연료로 삼아 빠르게 성장한다. 또한 암세포에는 DNA 손상 응급 복구 메커니즘이 없어서 DNA 손상이 서서히 축적된다.
● 신진대사: 세포는 자라는 동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체시계는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시계가 망가지면 신진대사 속도가 빨라져 암에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 DNA 손상 반응: DNA가 손상되면 복구되어야 한다. 생체시계는 복구 효소 가운데 일부를 조절하여 세포가 손상되려고 하면 복구 시스템이 가동되게 한다. 예를 들면 장에서는 DNA 복구 시스템이 한밤중에 작동하고 피부의 복구시스템은 낮 동안 태양에 의한 손상과 경합하지 않게 늦은 저녁에 가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만약 이런 복구 타이밍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세포는 손상된 DNA가 복구되기도 전에 새로운 세포로 분열될 수 있다. 손상된 DNA의 확산은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 자가 포식: 암세포는 자가포식작용을 이용해서 연료를 공급받는다. 무언가가 손상되자마자 암세포는 즉시 이를 접수하여 재활용한다.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자가포식은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만 특히 우리가 공복 상태에 놓이는 한밤중에 일어난다. 자가포식이 한창 맹렬하게 진행되면서 모든 손상 부위를 골라낼 시간이 없을 때 간혹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남겨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은 활성산소 혹은 산소 대사물 또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생산한다.
생체 리듬은 예방과 치료를 포함하여 많은 측면에서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식 섭취, 수면, 빛 노출 시간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의 경우 암 발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역으로 강력한 생체리듬을 유지하면 암에 대한 방어력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 암을 유발하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 만성 염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일상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종양의 성장도 감소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그 열쇠라고 믿는다. 한 연구에는 12시간 동안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한 쥐의 경우 종양 성장이 단 7일 만에 20%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암 치료 연구는 생체 주기 코드를 이해하는 쪽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우리 연구는 난소암과 자궁암을 앓고 있는 언니와 유방암을 앓고 있는 동생의 두 자매와 접촉해가며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8시간 시간 제한 식사법을 따르고 있는데 피로감이 덜하고 구역질이나 장 통증 같은 약의 부작용이 덜하며 잠을 더 잘 잔다고 한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두 사람이 투여받고 있는 항암제의 약효까지 상승시키고 있는 듯하다. 두 자매의 사례는 식사 제한 식사법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들에게서 암 재발이 줄어들었다는 최근 연구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잠복해 있는 미세한 종량의 성장 가능성을 줄이고 그 결과 암 치료 효과를 향상한다.
사친 판다의 《밤낮이 바뀐 현대인을 위한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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