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란된 생체 주기 코드는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첫째, 수면 시간이 줄면 허기를 조절하는 뇌 호르몬에 혼란을 일으킨다. 얼마나 오랫동안 깨어 있을지 예측할 수 없게 된 뇌는 공복 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킨다. 깨어 있으려면 잠잘 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 몇 시간 더 깨어 있을 뿐인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항상 더 많이 먹게 된다.
수면 부족은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우리가 건강에 나쁜 음식을 선택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도하게 피곤할 때면 열량 밀도가 높은 음식에 대한 식탐을 보인다.
또한 수면 부족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비활동적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과도한 에너지가 저장되게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췌장은 인슐린을 생성하여 간과 근육이 혈당을 흡수하게 돕는다. 이와 동시에 인슐린은 당분으로부터 지방을 만드는 생화학 경로를 촉진한다. 그런데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열량을 섭취하면 인슐린 생성이 활발한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우리 신체기관들이 계속해서 체지방을 만든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가 신체적으로 활동을 적게 하는 저녁이나 늦은 밤에 식사를 하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 지방이 더 많이 저장되는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인체는 끊임없이 새로 소화한 음식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저장된 체지방을 연소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한다.
시간 제한 식사법(Time Restricted Feeding/Eating:TRF/TRE)을 고안하고 주장한 사친 판다 박사와 연구진들은 심각한 대사 질환을 유발하는 고지방-고당분 식단을 같은 열량을 섭취하되 제한된 8시간 안에 모두 섭취한 쥐들은 보통 잘못된 식단을 따를 때 걸리는 질병에 하나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간제한 식사법을 한 쥐들은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혈당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였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간제한 식사법의 효능에 대한 연구에서도 참가자들은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먹었는데도 모두 체 중이 감소했고, 밤에 잠을 더 잘 잤으며, 낮 동안에는 더 활력이 넘치고 배도 덜 고팠다고 한다. 분명한 사실은 시간제한 식사법 덕분에 사람들이 자신의 생체 주기 코드와 다시 잘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 제한 식사법의 건강상 효능은 같은 병을 치료하는 약의 효능보다 훨씬 컸다. 식단을 바꾸지도 않았고 열량도 줄이지 않았다. 결국 마법을 부린 것은 타이밍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음식 섭취 스케줄을 생체 주기 코드에 맞추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음식 섭취 스케줄을 생체 주기 코드에 맞추는 것이다.
체지방은 마지막 식사를 마친 후 6~8 시간이 지나야 연소를 시작하고 단식한 지 12시간이 지나면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연소량이 증가한다. 그래서 일단 공복 상태가 12시간을 넘으면 체중 감량에 대단히 유리해진다.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큰 경우는 음식 섭취 시간을 8~9시간 이내로 제한할 때다. 원하는 만큼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다시 음식 섭취 시간을 11~12시간으로 되돌려 체중을 유지하면 된다.
먼저 1주일이나 2주일 기한으로 12시간 시간제한 식사법을 시작한 후 1주일이 지날 때마다 1시간씩 먹는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하라. 이렇게 하는 이유는 8~11시간까지 시간을 제한하여 음식을 먹을 때 최적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음식 섭취 시간을 12시간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얻는 건강상의 효능이 제한 시간이 11시간일 경우 두 배가 되고, 10 시간이 되면 다시 그 두 배가 되는 등, 이런 식으로 8 시간이 될 때까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시간제한을 8시간으로 줄이면 상당한 이익이 따른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열량을 계산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다만 먹는 타이밍을 훈련하는 것일 뿐이다.
▶교대 근무자처럼 먹는 것을 중단하라
교대 근무자처럼 잠자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 교대 근무자처럼 먹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우리의 뇌 시계는 빛에 가장 민감하지만 장, 간, 심장, 신장 시계는 음식에 직접 반응한다. 그러므로 아침 첫 햇살을 보면 뇌 시계가 재설정되어 아침이 온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날이 밝은 후 처음 먹는 음식 한입이나 커피 한 모금은 우리의 장, 간, 심장, 신장에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만약 우리가 날이면 날마다 일과를 바꾼다면 우리 신체 기관 시계들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상적인 아침 식사 시간을 정하자
아침을 먹거나 커피나 차 한 모금 마시는 순간이 바로 여러분의 식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아침 식사 시간을 한 번 정한 후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아침을 일찍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 이유는 인슐린 반응이 오전에는 증가하는 반면 늦은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의 음식 섭취를 일찍 시작하면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 식사를 끝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평소 잠자는 시간보다 2~4시간 전에 멜라토닌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전에 식사를 끝내야 멜라토닌이 혈당에 간섭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첫 2주 동안은 여러분이 설정한 시간 범위 안에서 아무 때나 원하는 시간에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첫 번째 한입과 마지막 한 입 사이에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고수하는 것이 좋다.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하는 패턴에 적응해가다 보면 신진대사와 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푸짐한 식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조금 많이 먹는 것은 괜찮다.
→ 아침에 섬유질과 단백질 섭취를 늘리도록 한다. 최적의 아침 식사는 복합탄수화물이나 섬유질, 지방이 적은 단백질, 건강에 좋은 지방이 균형 있게 포함된 것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대개 혈당 지수가 낮아서 낮 동안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이른 시간에 단백질을 먹으면 위에서 적정량의 위산 분비가 촉진된다. 따라서 단백질이 풍부한 저녁을 먹은 뒤 밤에 위산이 증가하는 것보다 낫다. 이처럼 섬유질과 단백질을 복합적으로 섭취하면 소화계에서는 음식을 소화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몇 시간 동안 배가 부르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간식을 덜 찾게 된다.
→ 오전 8시에 아침을 먹었다면 오후 1시쯤 허기를 느낄 수 있다. 점심으로 먹는 샐러드나 수프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가벼운 음식이라 식곤증이 없고 저녁식사 때까지 견디게 해 준다. 아침 식사 다음으로 생체리듬과 맞춰야 하는 두 번째로 중요한 식사는 저녁 식사다. 우리 몸은 더 이상 음식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 인식하면 서서히 복구와 재생 모드로 바뀐다. 평소 시간제한 식사법을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저녁때가 되면 느꼈던 극심한 허기를 이제는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저녁 식사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 건강에 좋은 지방을 사용해 단백질과 채소를 조리하여 만든 전통적인 저녁을 먹는다.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다. 인체의 혈당 조절 능력이 저녁이 되면 떨어져서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후 적어도 3~4 시간이 지나서 잠자리에 든다. 2~4주안에 이 새로운 섭식 타이밍이 몸에 잘 적응해서 목표로 삼은 저녁 시간 이후에는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시간제한 식사법의 효과
◎ 시간제한 식사법을 따르면 음식을 섭취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흩어져 있던 식사 시간을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열량 섭취량이 감소한다. 정말로 건강에 나쁜 음식을 선택하는 경우는 저녁식사 후에 많이 생긴다. 특히 고지방 고당분을 함유한 간식과 알코올음료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마지막 식사 시간을 저녁 6~7시경으로 잡는 일정을 선택한다면 이런 나쁜 음식을 끊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간식을 멀리하게 되면 여러분은 더 나은 생체리듬의 소화 과정과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수면을 누릴 수 있게 여러분의 몸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셈이 된다. 수면의 질이 좋아질수록 공복 호르몬 분비가 정확해지고 더 나아가 식탐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푹 쉬어서 개운한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게 되면 운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운동을 하면 우리 뇌에는 공복감을 줄이라는 신호가 접수된다. 이렇듯 시간제한 식사법은 여러분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택하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는 열량 밀도가 높은 음식보다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선택하게 이끌어준다.
12시간 시간제한 식사법 또는 그 이상을 유지한다면 아침 식사 때부터 영양가 높은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의 미각과 후각이 고도로 활성화되어 많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몇 주 동안 시간제한 식사법을 실천하고 나면 설탕 범벅에 자연의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 열량 밀도가 높은 식품이 서서히 맛이 단조롭고 너무 달게 느껴진다.
◎ 시간제한 식사법을 실천하면 글루카곤 호르몬의 기능이 정상화되어 다시 자연의 리듬에 동기화된다. 공복 호르몬인 글루카곤이 간에 작용하는 시간은 원래는 글리코겐 저장량이 격감하는 몇 시간 동안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공복 상태일 때 혈당조절을 위해 간에 지시를 내려 아미노산으로부터 포도당을 만들게 한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비만이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그러면 여러분의 간은 심지어 식사 후에도 계속해서 아미노산으로부터 당분을 만든다. 그 결과 혈당이 상승하고 근육 단백질을 형성할 아미노산 공급은 감소한다. 이때 시간제한 식사법을 실천하면 글루카곤 호르몬의 기능이 정상화된다. 그러면 간에서는 포도당 생성을 반으로 줄여 건강한 근육을 유지하는 데 사용할 단백질을 따로 남겨둔다. 이렇게 근육이 생기면 혈당 감소에 더욱 도움이 된다.
◎ 시간제한 식사법은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줄일 뿐만 아니라 지방을 연소하는 우리 인체의 고유한 리듬도 회복시킨다. 원래 간과 근육 세포는 밤에 여러 시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만 비로소 그 안에 저장된 지방을 연소하는 메커니즘을 가동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리듬이 어긋난 경우 시간제한 식사법은 이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한다. 건강한 지방세포는 전체 용적의 90% 이상을 지방 저장에 할애할 수 있지만 간세포의 경우 전체 용적의 20% 이상이면 이상이 지방이라면 병든 세포다. 따라서 간세포 내의 지방량은 매우 적게 감소하더라도 간 기능 향상에 유익한 효과는 막대하다.
◎ 시간제한 식사법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담즙산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담즙산 증가는 지방세포 내에서 지방을 연소시키는 프로그램을 촉발한다.
◎ 시간 제한 식사법은 전신성 염증을 진정시킨다. 전신성 염증은 당뇨병, 지방간 질환, 아테롬성 동맥경화증 등 많은 대사 질환을 초래한다. 체중이 감소하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염증성 지방이 줄어든다. 염증이 감소하면 관절통과 화끈거림이 줄어들어 신체활동을 늘리기 훨씬 수월해진다. 몇 주 동안 실천하면 자율신경계의 생체리듬 또한 회복된다. 단지 10시간 시간제한 식사법을 따랐을 뿐인데 혈압이 상당히 많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 대부분의 대사 질환 치료제는 핵심적인 신진대사 조절 인자를 찾아 거기에 작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령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은 AMP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AMPK)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활성화하여 포도당과 지방 대사를 더 잘 조절하게 만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간제한 식사법은 공복 중에 지방의 연소를 증가시킴으로써 메트포르민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 스타틴 계열로 알려진 많은 콜레스테롤 강화제는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첫 단계를 조정하는 효소에 작용한다. 바로 이 조절점도 시간에 의해 조정된다. 시간제한 식사법을 따르면 이 효소의 생체리듬이 향상되어 하루의 절반 동안 자연스럽게 가동을 멈추는데 이것이 스타틴 계열 치료제가 작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런데 스타틴계열에는 근력 저하와 근육통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시간제한 식사법을 시작하면 근육통이 거의 다 사라져서 약물치료를 훨씬 수월하게 받게 된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그저 그런 체중 감량 기법이 아니다. 진정한 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사친 판다의 《밤낮이 바뀐 현대인을 위한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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