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끼를 먹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 눈에 있는 빛 센스는 아침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을 주목하고 우리의 체내 시계를 매일 몇 초 혹은 몇 분씩 서서히 조절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생체시계는 우리의 하루 주기 리듬을 생성하기 위해 빛과 음식의 타이밍과 상호작용하는 체내 타이밍 시스템이다.
진화생물학은 2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적응 메커니즘으로 연결된다. 인간의 생리는 20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체로 같기에 우리는 체내 시계에 의해 프로그램된 주기에 따라 여전히 밤에는 자고 낮에는 일과 식사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전화, 라디오, TV가 밤늦게까지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세계 어디에 있는 누구와도 24시간 글로벌 채팅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진보 덕분에 우리의 삶이 더 윤택해졌지만 갈수록 신체 시계를 교란하고 있다. 우리의 생체리듬은 저녁의 밝은 빛 때문에 그리고 낮 동안 자연광을 접할 기회가 제한됨에 따라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 우리는 체내시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의 현실이 조화를 이룰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다. 밤에 지속적으로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교란이 야기되어 수면을 방해하고 우리를 허기지게 만든다.
우리의 눈에는 광센서가 존재한다. 눈망막의 막대와 원뿔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감광 단백질은 하루의 수면-기상 주기를 빛에 따라 조절하는 광센스다. 멜라놉신(melanopsin)으로 명명된 이 단백질은 청색광을 인식함으로써 활성화되어 어떤 빛이 있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 그러면 실제 시간과는 상관없이 우리 뇌는 지금이 낮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반응한다.
만약 여러분이 1시간 동안 주황색 전구 불빛 아래에 있더라도 여러분의 생체시계는 크게 방해받지 않는다. 그러나 청색 전구 불빛 아래에서 한 시간을 보내면 여러분의 생체시계는 아침이 된 것처럼 재설정된다. 청색광 센서는 우울감, 각성도, 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관장하는 뇌 부위뿐 아니라 편두통이나 두통을 조절하는 뇌 중추에도 연결되어 있다.
기준 생체시계 기능을 하는 교차 상행 또는 SCN(Suprachiasmatic Nucleus)은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한다. SCN의 기능은 일상 리듬의 중심을 이룬다. SCN은 빛과 시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외부 세계로부터 빛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인체의 나머지 부분과 이를 공유한다. 망막의 멜라놉신 세포는 SCN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기준 시계인 SCN이 청색광에 가장 민감한 것이다. SCN이 빛에 의해 재설정되면 뇌하수체, 부신, 솔방울샘 등 시상하부에 있는 다른 모든 시계도 재설정된다. 간 시계와 장 시계 같은 인체의 다른 시계들은 SCN 신호와 음식을 섭취하는 타이밍을 복합해서 저마다의 생체리듬을 만든다. SCN 시계는 뇌에 있는 허기 감지 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우리에게 언제 음식을 섭취할지 지시하고 인도한다. 이렇게 빛과 음식 섭취 시간이 어떻게 생체시계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신체기관에 있는 시계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여 건강의 바탕을 이루는 3대 주요 리듬을 만든다. 바로 수면, 영양섭취, 활동이 그 주인공들이다. 더 나아가 이들 리듬은 전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의 통제 아래 놓여 있기도 하다. 이 세 리듬이 모두 완벽하게 작동할 때 우리는 이상적인 건강 상태에 있게 된다.
우리는 낮 동안의 신체 활동과 밤 동안의 휴식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기를 원한다. 그래서 두 가지 측면에서 목표를 세운다. 첫째 우리는 하루 중에서 자신의 생체시계와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시간에 신체활동을 맞추고자 한다. 음식 대사 작용이 가장 효율적일 때 먹고 뇌와 인체의 기능이 정점에 달할 때 활동하고자 한다. 또한 적절한 양의 수면을 취하여 다음 날에도 이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둘째 우리는 교란된 생체시계를 고치고 재훈련하여 건강을 회복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분이 섭식 패턴이지만 실제로는 생체시계의 재조정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때는 저녁 신체활동을 할 때 다시 말해 빛 노출을 제한하여 수면을 강화할 때이다. 인체는 전날 밤에 다음날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밤에 일어나는 변화는 다음 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결정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건강상태가 좋고 적절한 양의 수면을 취하면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꿀잠은 조용한 수면과 활성수면(REM)의 주기가 반복될 때 만들어진다. 조용한 수면은 N1(졸음), N2(얕은 잠), N3(깊은 잠)라고 하는 특정한 순서대로 발생하는 3가지 단계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순조롭게 넘어가게 된다. 그러는 동안 인체와 두뇌는 생체시계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렇게 삼단계로 이루어진 조용한 수면은 활성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 급속 안구 운동 수면)과 번갈아 일어난다.
조용한 수면에서 램 수면으로 진행될 때마다 하나의 수면 주기가 완성된다. 하루 7~8시간의 수면시간 중 5~6회의 수면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7 시간 수면 시간 안에는 중요한 4시간이라는 시간대가 존재하는데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또는 잠든 후 처음 4시간 동안 우리의 수면 부채(sleep debt)를 갚아나간다. 이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느끼는 수면욕이나 피로감을 중화한다. 그래서 이 4 시간이 지난 후에 잠에서 깰 경우 다시 잠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왜냐면 애초에 여러분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수면 부채가 더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 이후로 이어지는 3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은 뇌와 인체를 보살피고 이들을 복구하고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시간이다. 낮 동안 최대치의 수면 주기가 발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낮잠을 잘 때 두세 시간 이상 자게 되는 일은 드물다. 우리의 생체 주기 코드가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잠에서 깨면 SCN 시계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당 20~30분을 나중에 잠을 자야 한다. 수면 부채란 여러분이 잠을 자야 하는 수면 시간과 실제로 자는 시간과의 차이를 말한다. 만약 간밤에 6.5시간 잤다면 30분의 수면 부채를 지고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잠이 들면 일단 먼저 전날 밤에 생긴 수면 부채부터 갚기 시작한다. 둘째 날 밤에 7 시간을 자더라도 부채를 빼고 나면 다시 6.5시간만 잔 것으로 계산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주말이 되면 늦잠을 자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 몸이 그동안 쌓인 수면 부채를 갚는 것이다.
수면 부채가 우리의 수면 성향을 증가시키는 반면 언제 자야 하는지는 생체리듬이 지시한다. 가령 2 일간 잠을 자지 않고 있다면 하룻밤에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면 부채를 지게 된다. 여러분은 잠자리에 들겠지만 여러분의 생체시계가 16시간 연이어 자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첫날밤에는 8시간 내지는 9시간 어쩌면 10시간 동안 잘 수 있다. 그런 다음에는 잠에서 깨고 생체 주기 욕구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다음날 여러분은 여전히 졸음을 느낀다. 생체시계는 뇌에 깨어 있을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수면 부채는 뇌에 다시 자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다음 날 밤까지 이어져 수면 부채를 다 갚을 때까지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랫동안 자게 된다.
꿀잠 주무시나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언제이며 잠이 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좋은 수면 습관을 지닌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잠자리에 들고 불을 모두 끈 다음 20분 이내에 잠들 수 있어야 한다. 이 20분 동안에는 여러분과 잠 사이에 아무것도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핸드폰, 책, 불빛도 금물이다. 30분 이상 잠들기 위해 애쓴다면 잠이 드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불면증이다. 원인은 근심, 과식, 신체활동 부족, 저녁에 장시간 노출된 밝은 불빛등이다.
▶밤중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깨는가?
수면 분절이란 다시 잠들기 힘들 정도로 최소 몇 분간 잠에서 깨는 경우가 밤에 한 번 이상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최적의 수면 유형이 아니다. 뇌에서는 우리가 잠자는 시간만 기록하는데 이렇게 수면 분절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뇌가 전혀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반응하기 때문이다. 침대에 머문 시간은 8 시간이지만 그동안 3~4차례 잠에서 깼다면 실제 수면 시간이 4~5시간에 불과하다고 기록한다. 매번 깨어 있는 시간이 겨우 10~15분이더라도 깊은 잠을 자는 단계로 돌아가려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렇게 되면 연속해서 자지 못하고 통잠을 놓치게 된다.
나이 들면서 수면은 점차 깨지기 쉬워져서 수면 분절을 경험하는 일이 무척 흔해진다. 우리의 각성 한계점은 나이가 들면서 낮아져 단순한 소음이나 방해만 받아도 쉽사리 잠에서 깬다. 주요 원인은 탈수증, 너무 덥거나 차가운 주위 온도, 저녁에 너무 늦게 음식을 섭취한 결과 일어나는 위산 역류, 애완동물과 함께 잠자기,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기타 소음등이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푹 쉰 것처럼 개운한가? 잠에서 깨려면 알람 시계가 있어야 한다거나 잠에서 깨도 졸리고 멍한 느낌이라면 푹 쉬었다는 개운한 기분으로 깨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친 판다의 《밤낮이 바뀐 현대인을 위한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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