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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플까

고혈압의 진짜 원인은 염분이 아니다

by belly fat 2024. 7. 3.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순위 1위는 암, 2위가 심혈관 질환, 3위가 뇌혈관 질환이다. 그동안 염분은 사망원인 2,3위인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고혈압의 원인 물질로 취급됐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 설탕 속 과당이 고혈압은 물론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및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염분 줄이기의 효과를 검증하는 메타 분석 결과를 보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58건에서 염분 줄이기는 사실 고혈압과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염분이 많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살펴보면 마치 떨어질 수 없는 짝꿍처럼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지한 연구자들은 가공식품, 소프트드링크로부터 섭취하는 당분 중에서 과당의 양과 고혈압 환자의 증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고혈압의 발병이 염분 섭취량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염분과 함께 섭취하는 당분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면 염분 섭취량을 크게 줄이지 않더라도 당분 혹은 당분과 염분 함량이 높은 식품의 섭취를  줄이면 고혈압을 포함해 여러 대사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이란 혈관 벽에 가해지는 혈액의 압력이다. 혈압은 대부분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량(심장 박출량)과 말초혈관에서 발생한 혈류 장애(말초 저항)에 따라 결정되지만 대동맥의 탄력과 혈액의 점성, 혈액의 순환량 같은 요소도 관여되어 있다. 심장이 수축하면 혈액이 짜내지며 대동맥의 혈관 벽에 압력이 가해진다. 이를 '수축기 혈압'이라고 하며 혈압을 측정할 때는 '최고혈압'으로 나타낸다. 심장이 이완하면 혈액이 돌아오며 혈관 벽에 가해졌던 압력이 떨어진다. 이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하며 혈압을 측정할 때는 '최저혈압'으로 나타낸다. 고혈압의 기준치가 140/90mmHg인 이유는 혈압이 140/90mmHg 이상이면 심혈관계통의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가장 낮은 세계 표준의 정상 혈압은 120/80mmHg 미만이다. 그래서 2017년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고혈압의 약 9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1차성 고혈압)이고, 나머지 10%가 심장 및 신장질환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속발성 고혈압(2 차성 고혈압)이다. 염분을 많이 섭취해서 나타나는 '식염 감수성 고혈압'도 본태성 고혈압의 일종이다. 본태성 고혈압을 일으키는 환경인자에는 염분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태아일 때 모체가 영양결핍이나 고혈압, 임신 고혈압신증을 겪었다.
◇ 칼륨과 칼슘 섭취가 부족하고 당분을 과잉 섭취해 왔다.  
◇ 술을 많이 마신다
◇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 운동이 부족했다
◇ 나이가 많아졌다.
고혈압은 이러한 환경인자들이 유전인자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기에 '다인자 질환'으로 불린다. 결론적으로 염분만 줄이고 다른 환경인자를 개선하지 않으면 혈압이 높아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최근 연구에서 당분의 과잉 섭취가 고혈압을 부른다는 점염분은 양이 아니라 섭취 방식이 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사 전후에 물을 충분히 마셔서 혈청 나트륨 농도의 상승을 방지하면 염분을 섭취하더라도 식후 혈압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끼니마다 염분이 적당한 음식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심으로써 혈청 나트륨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젊은 고혈압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단짠 음식(단맛과 짠맛이 강하게 배합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돼지불고기, 소고기 장조림, 생선조림 등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간장과 설탕으로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낸다. 시판되는 가공식품, 냉동식품, 드레싱, 조미료 등에도 염분과 당분이 가득하다.
 
단짠 음식이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음식에 함유된 염분은 염소와 나트륨으로 분해되고 당분은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십이지장에서 흡수된다.  단짠 음식을 먹어서 염분 섭취량이 많아지면 혈청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므로 이를 낮추려고 수분이 세포에서 혈관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혈청 나트륨 농도가 낮아진다. 이 현상에 자극되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데 만약 몸에 이상이 없다면 혈압은 정상으로 되돌아가겠지만 염분과 과당을 함께 섭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당은 십이지장, 신장의 세뇨관에 작용해 염소와 나트륨의 흡수 및 재흡수를 늘려서 삼투압을 상승시킨다. 더욱이 과당은 레닌,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시켜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에 혈관 수축이나 심장 박동수가 늘어나 혈압이 더 상승한다. 그래서 단짠 음식을 자주 많이 먹으면 항진된 교감신경이 차분히 안정될 틈이 생기지 않아 고혈압이 만성화되고 만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내장 비만, 이상 지질혈증 ···  이들은 각기 다른 질병으로 생각되지만 원흉은 동일하다. 바로 체내의 높은 과당 수치이다. 자연계에서 과당은 단맛이 강한 과일에 많이 들어 있으며,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과당의 형태는 첫째는 설탕, 둘째는 액체 상태의 당이다. 액당은 탄산음료와 조미료,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체내의 과당 수치는 이러한 당분들을 과잉 섭취해서 높아지지만 간에서 과당을 많이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혈당이 높으면 간의 포도당 대사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잉여 포도당(혈당)이 과당으로 변한다. 염분을 많이 섭취해도 혈당이 과당으로 변한다. 혈청 나트륨 수치와 혈당이 상승하면 간에서 '알도스 환원효소'가 활성화된다. 알도스 환원효소는 포도당을 과당으로 변환시키는 데 열쇠가 되는 물질이다. 요컨대 알도스 환원효소가 활성화되면 혈당(포도당)이 과당으로 바뀐다.

 

단 음식이나 단짠 음식을 많이 섭취해서 간 속에 과당이 증가하면 과당의 대사 작용으로 ATP(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 스위치를 켜고, ATP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활동 모드에서 에너지를 절약해 모으는 생존 모드로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유산소 에너지 대사가 불가능해지고 요산의 합성이 활발히 일어나 지방간은 물론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이상 지질 혈증의 원인이 된다. 이상 지질 혈증과 높은 요산 수치는 혈관의 확장 능력을 떨어뜨림으로써 혈압을 올린다. 또한 높은 요산 수치는 염증의 원인이 되어 각 장기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신장에서 재흡수되는 물과 나트륨을 증가시킴으로써 혈압을 올린다.

 

아리마 가요의 《고혈압 신상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