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조절만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정체기가 나타납니다. 특히 섭취 열량을 줄이는 식이조절만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수분과 제지방량의 감소, 기초대사량의 감소로 반드시 정체기와 요요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한가지 방법이 됩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운동이 꼭 필요한 한가지 이유는 렙틴 저항성의 극복이 다이어트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살이 찐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혈중 렙틴 수준이 정상보다 높아져 있는 렙틴 저항성입니다.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줄였다 하더라도 렙틴 저항성은 바로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멈추면 다시 요요가 찾아오게 됩니다. 운동은 시상하부에서 렙틴 수용체의 렙틴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체지방 분해를 증가시키고, 신경 펩타이드 Y의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식욕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운동을 하면 운동 강도에 따라서 운동 후 1~3 시간까지 대사량이 10~30% 가량 증가하게 됩니다. 운동을 강하게 할수록 운동 후의 추가적인 대사량은 더 많아집니다. 이러한 효과를 운동 후 지방 연소 효과(After exercise fat burn effect)라고 합니다. 이러한 효과는 운동 후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근육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 소모가 없고, 에너지 소모가 없으면 지방의 연소도 없습니다. 즉 능동적 형태의 자극에 의해서 근육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스트레칭이나 체조, 마사지, 진동 기구와 같은 수동적 형태의 자극은 긴장된 근육의 이완 효과나 혈류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체중 감량에 좋은 운동은 대근육을 동시에 움직이며 자신의 체중을 중력에 대항하면서 전후좌우로 이동시키는 운동입니다. 대표적으로 걷기와 달리기가 있으며 줄넘기, 수영, 등산, 사이클, 에어로빅 댄스 그리고 대부분의 구기종목 운동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유산소 운동이 온몸을 움직이는 전신운동이며, 심폐순환계에 자극을 주는 운동(cadio-exercise)이므로 여기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다이어트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근력 개선과 근육량을 증대시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근력 운동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근력 운동은 근육량을 유지·증가시켜서 휴식 시에도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 저항운동에 의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더욱 촉진됩니다. 유산소 운동에 의해서도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자극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로 저항운동을 하면 분비가 더욱 자극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운동하는 근육으로부터 인터루킨 6(IL-6)와 같은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합니다. 이 성장호르몬은 이차적으로 간으로부터 소마토메딘(IGF-1)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 두 호르몬은 단백질의 합성과 조직의 재생뿐만 아니라 에너지 대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지질 분해도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또한 근육에서 생성되는 아이리신(Irisin)이라는 물질은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전환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에서 열생성반응을 일으키는 UCP-1이라는 효소의 활성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이와 함께 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에피네프린이나 심장의 심방으로부터 분비되는 나트륨이뇨펩타이드라는 물질은 UCP-1의 활성도를 높임으로써 갈색 지방세포에서 지질 연소에 의한 열생성반응을 촉진합니다. UCP-1의 증가와 함께 지질 연소와 열생성반응이 증가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들 물질들은 심폐 순환계에 자극을 주는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저항운동)을 병행할 때 더 크게 분비가 자극됩니다.
그러므로 다이어트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심폐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과 근력 운동 시간이 전체운동 시간의 30-40%를 차지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심폐 순환 운동과 저항운동을 번갈아 하는 서킷 운동(circuit exercise)이나 높은 강도의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번갈아 하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E, high intensity interval exercise)의 경우 유산소 운동 구간 중에 더 많은 지방의 연소가 이루어지며 운동 후 지방 연소 효과(After exercise fat burn effect)가 크게(30~48시간)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크게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운동 후 지방 연소 효과는 운동으로 인해 분비된 각종 호르몬이나 대사산물을 처리하고 고갈된 에너지를 재저장하는데 따르는 현상입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 공복 운동을 합니다. 공복에 운동을 하면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을 연소시키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혈당이 낮은 공복 상태에서는 근육이나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 저장량이 적으므로 운동을 위한 에너지를 지방에서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공복에는 더 오랜 시간 운동을 할수록 지방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므로 공복 운동이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으로 추천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운동의 강도나 시간에 따라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에너지원으로 쓰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즉 운동의 강도가 높으면 인체는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연료로 더 쓰게 됩니다. 반면에 운동 강도가 낮고 장시간 지속될수록 인체는 탄수화물을 아끼고 지방을 더 많이 에너지원으로 쓰게 됩니다. 그리고 공복에 운동을 하면 인체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비율을 높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할 때 지방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공복 상태에서 혈당이 낮은 상태가 되면 뇌는 혈당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인체는 혈당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합니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간에서 지방과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 혈당을 다시 올리는 것(당신생, gluconeogenesis)입니다. 그런데 간은 단백질(아미노산)은 쉽게 포도당으로 전환시키지만 지방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방 중에서도 지방산은 포도당으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글리세롤만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복 상태에서 장시간 운동을 할수록 단백질을 연료로 이용하는 비율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 근단백질이나 소화기 점막, 소화효소를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쓰게 됩니다. 이렇게 근단백질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은 공복 상태에서 중간정도 이상의 강도로 40~ 60분가량 지속적으로 운동할 때입니다. 이러한 상태로 운동을 지속하면 체중을 감량하면서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서 근육이 손실되면 궁극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요요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운동을 끝내고 곧바로 단백질을 섭취해야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근육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끝낸 후 하루동안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보통사람이라면 운동 후 곧바로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근력운동 24시간 후에도 근육의 단백질 합성능력이 평소보다 2배나 높게 유지됐다는 연구가 <캐나다 응용생리학 저널>에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고강도운동은 근육 내 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을 주된 에너지로 사용하므로 운동 후 바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서 글리코겐을 재충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히 운동하는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운동 후 향상된 근육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것처럼 글리코겐을 합성해서 근육에 저장하는 능력 역시 향상된 상태로 하루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운동 후 몇 시간 기다렸다가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글리코겐을 재충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인슐린이 근육 내 단백질을 합성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운동 후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운동 후 영양분을 빨리 공급하면 일시적으로 근육 내 단백질 합성 능력이 촉진되기도 하지만 근육이 운동 후 몇 시간 동안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근육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운동을 끝낸 후 곧바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혈당치와 혈중 인슐린 농도가 많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운동 후 2시간 동안은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는 효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늘리기만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체지방 감량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단순히 체지방의 분해뿐만 아니라 체지방의 연소도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도 있는 운동을 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 지방세포 내 중성지방이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혈류에 방출되는 양이 증가합니다. 그런데 운동 후 바로 음식을 섭취하면 그 음식물에서 생기는 혈당이나 지방산이 에너지로 사용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운동으로 방출된 지방산이 에너지로 사용되는 비율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또 운동 후에 즉시 음식물을 섭취하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다시 억제됩니다.
따라서 운동 후에도 적어도 1시간 정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늘려서 체지방 감량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운동 직후에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탄수화물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고 단백질도 가급적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일규의 《휴먼 퍼포먼스와 운동생리학》, 조경국의 《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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